[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감기만 해도 염색이 되는 샴푸’를 제조한 모다모다의 ‘프로체인지 블랙샴푸’가 판매 중단 위기에 봉착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샴푸의 핵심 원료에 대해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을 이유로 사용금지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쟁점은 △제조 금지 근거 △주 성분의 인체 유해성 △국가별 다른 주 성분 규제 등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 (사진=모다모다) |
|
모다모다의 샴푸는 지난 8월 론칭 이후 온·오프라인에서 품절 사태를 빚으며 ‘완판 샴푸’로 소문이 났다. 식물에서 체취한 폴리페놀을 원료로 만든 샴푸는 기존 염모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식약처가 모다모다 샴푸의 주 성분인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rihydroxybenzene, 이하 THB)의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행정예고면서 모다모다는 위기를 맞았다.
식약처가 THB를 금지 성분으로 지정한 건 유럽에서 피부 감작성(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한 내용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 유럽은 THB 제품을 출시를 작년 9월부터 금지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약학·독성학 전문가들은 유럽 규제를 모다모다 샴푸에 적용하는 것은 과한 규제라고 입을 모았다.
12일 모다모다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성영 한국교통대 화공생물공학과 교수는 “샴푸보다 염색약의 독성 우려가 높다는 점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라며 “여전히 염색약에는 PPD(P-페닐렌디아민) 및 아민 계열의 화학약품이 널리 쓰이고 있다. 식약처가 금지 근거로 내건 피부감작성 우려는 사람마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어 THB를 화장품에 사용 금지하려면 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규리 경상대 약학과 교수는 “유럽의 제품안전성 과학위원회(SCCS) 보고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THB 성분이 기존의 염색약 주 성분인 PPD 성분과 결합할 시의 유해 가능성을 다루고 있는 점과 이 실험이 염색약처럼 20~30분 장시간 사용할 시의 결과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다모다는 THB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의견에도 정면 반박했다. 식약처가 THB를 유해하게 본 근거는 염색약일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모다모다 샴푸는 자연 발화를 통해 갈변하기 때문에 THB의 독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혁진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도 “SCCS 보고서에서 THB가 염모제 성분과 같이 쓰일 때에 조차도 포유류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식약처에 반대되는 의견을 게재했다.
| ▲‘프로체인지 블랙샴푸’(사진=모다모다) |
|
또 모다모다는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 점을 근거로 식약처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자체적으로 진행중인 안전성 테스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만이라도 행정예고를 유예해달라는 입장이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회사는 식약처가 이번 행정예고안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상반기 내 해당 성분 및 자사 제품에 대한 전문의약품 수준의 유전독성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식약처가 행정고시를 유예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 내 THB 사용금지 목록 추가 항목에 대한 근거 정보 공개하고 개정안 내 THB의 사용금지 목록 추가에 대해 자사 제품과 같은 세정제의 예외조항을 신설을 검토해달라고 식약처에 요청하겠다”고 했다.
한편 식약처는 오는 17일까지 전문가와 업체 의견을 등을 수렴해 다음주 중에 원료 사용금지 행정예고 시행 최종 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