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용 줄었다더니...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액 2.4조

보험금으로 10조원 나가, 사상 최대 금액
보험사 "실손보험료 인상 어쩔수 없어"
  • 등록 2021-03-16 오후 5:47:18

    수정 2021-03-16 오후 5:47:18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병원이용이 줄었음에도 실손의료보험 적자가 2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악의 손해를 기록한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부 병원의 백내장ㆍ도수치료 등을 활용한 과도한 의료진료가 실손보험 손해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 전체의 실손보험 보험금 지급액(발생손해액)이 10조1017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금 지급액이 10조원을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사업운영비를 제외하고,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위험보험료)는 7조7709억원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된 보험금이 더 많아지게 돼 실손보험에서만 2조3608억원의 적자를 보게 됐다. 이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2019년(2조4317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위험보험료 대비 발생손해액의 비율인 손해율은 130.5%로 2019년에 이어 여전히 130%를 넘겼다. 보험료 100원을 받고 130원의 보험료를 내줬다는 의미다. 손해율은 계속 100% 이상을 넘겨왔으며 2018년(121.8%)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누적된 실손보험 적자는 7조3462억원이다. 이 기조가 지속되면 내년엔 10조원에 가까운 누적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 누계 손해율은 128.1%다.

지난해 병원이용이 줄었음에도 실손보험이 적자가 난 것은 일부 의료항목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백내장, 피부관련 질환 관련 보험금은 각각 51.4%, 26.8%가 늘었다.

그 중 백내장의 경우 2017년 881억원 정도 나가던 보험금이 2020년에 4101억원으로 불어나며 3년만에 무려 365.4%가 증가했다. 전년에 비해서도 51.4%가 늘었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져 물체가 겹쳐 보이는 질환이다. 노인성 안과질환으로 60대 이상이 수슬을 받지만 최근 40~50대들의 수술이 늘어나고 있다. 백내장의 경우 현재 실손보험으로 검사 및 수술비 청구가 가능하다보니, 일부 병원에서 노안 및 시력교정술 등으로 홍보를 하면서 대대적으로 권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피부질환 보험금은 전년 대비 26.8%가 늘어난 1287억원이 지급됐다. 일부 병원에서 과도한 레이저시술 등을 시행하고, 일부 피부과 전용 크림 등을 대거 처방해 주는 등 보험금 지급이 급증한 탓이다. 또한 소화ㆍ내분비계도 전년 대비 9%가 늘었는데, 이는 과한 영양주사 처방 등이 원인이 됐다.

물론 보험금 지급액 중 41%를 차지하는 근골격계질환도 전년대비 8.3%, 3년 만에 50.5% 증가해 2조9902억원이 지급됐다. 근골격계질환은 도수치료 등이 포함된다.

보험업계는 이같은 실손보험 손해를 이기지 못하고, 올해 보험료 인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2009년 이전에 판매된 구형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료가 20%가량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해 병원이용이 8% 정도가 줄었다고 하는데, 실손보험금 지급은 더욱 늘었다”며 “이는 암이나 골절 등 사고나 질병과 관련한 게 늘은 게 아니라 일부 병원의 과잉 진료 혹은 나이롱 환자에 의한 지급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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