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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에 따르면 미국이 개인 신용평가 척도로 사용하는 피코스코어(FICO Score) 지난 7월 평균 711점을 기록해, 코로나19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4월(708점)은 물론 지난해 같은 달(706점)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미 전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 중인 10월 현재까지도 이러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점수대도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코스코어는 최저 300점에서 최고 850점까지이며, 통상 700점 이상이면 신용상태가 양호하다고 평가된다. 이 점수는 총지출한도액에 대한 신용카드 부채비율, 지출 내역, 모기지(주택담보)·자동차·학자금 대출 등을 따져 산출된다. 하지만 고용 이력이나 지속적인 수입 여부는 검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앞서 미 노동부는 10월 둘째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90만건에 육박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직장에서 완전히 해고된 영구실업자 수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의 신용카드나 자동차 할부금 연체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대비 총부채비율이 2.7배에 달하고 경제 회복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위기 이후 미 경제가 크게 악화하고, 수백만명이 실직해 각종 청구서와 대출금 납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에도 개인의 신용점수가 오르게 된 이유는 전례 없는 정부의 막대한 금융지원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자산정보회사 파이시니티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스미스도 WSJ에 “실직을 했지만 퇴직금 일부로 신용카드 빚을 갚고, 1인당 1200달러의 추가 경기부양금으로 다른 대출금을 갚는 경우들이 많아 미지급 금액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많은 대출자들이 신용도가 최근 몇 달 간 개선됐다”고 말했다.
CNBC도 “대출금을 최신 상태로 유지했는지 여부는 피코스코어 점수를 산출할 때 35% 비중을 차지한다”며 “대출 상환 유예 덕분에 점수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평했다.
역설적으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개인들의 신용점수가 올랐다는 진단도 나온다. CNBC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미 개인들의 신용카드 평균 잔액이 7월 6004달러로 1월 6934달러 대비 감소했다. 신용카드 한도에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인데, 피코스코어 산출시 30% 비중을 차지한다. 아울러 1월에는 90일 이상 연체 채무자가 8.1%였는데, 7월에는 7.3%로 줄었다.
문제는 추가 경기부양책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되면 미국인들의 개인 신용점수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랜시스 크레이턴 소비자통계산업협회(CDIA) 회장은 “수개월 안에 신용평가 보고서에 실질적인 악영향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미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대출자의 최근 고용 상태와 임금 지급 여부 등을 면밀히 확인해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WSJ은 “피코스코어만 고려하게 되면 금융회사들이 고객들의 리스크를 평가할 때 더욱 어렵고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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