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이준기 특파원]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세계 최대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change)’에는 눈에 띄는 청원이 하나 떴다. “온라인 수강만 하는(online-only classes) F-1·M-1 비자 소지 학생들이 미국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해주세요.”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가을 학기에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듣는 F-1·M-1 외국인 학생들을 미국에 머물지 못하도록 하고 신규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하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9일 오후 3시30분(한국시간 기준) 청원에 서명한 이들만 33만명이 훌쩍 넘었다. 한 외국인 학생은 서명 후 답글을 달면서 “유학생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으려는 사람이 아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것은 가짜”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적의 한 학생 역시 “(외국인에게) 너무 불공정한 정책”이라고 했다.
난감한 건 학생들뿐만 아니다. 외국인 유학생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미국 대학들도 난감해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나가는 유학생만 5만명이 훌쩍 넘는다.
트럼프 비자 제한 ‘극약처방’ 후폭풍
9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정부 이민당국의 조치를 일시 중지하도록 요구하는 소송을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에 냈다. 앞서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발표한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가을 학기에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학교에 다니는 비이민자 F-1·M-1 비자 소지 학생들은 미국에 머무를 수 없다. 이들은 새로 비자를 발급 받을 수조차 없다. F-1은 미국 단과대 혹은 종합대 등에서 유학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일반적인 학생 비자다. M-1은 미국 교육기관에서 직업 관련 연구 혹은 실습에 참여하는 경우 있어야 하는 비자다. 두 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외국 학생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사실상 막히게 된다.
“외국인 학생 내쫓으려…너무 화 난다”
명문대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건 현실적인 이유 역시 있다. 한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한국인 유학생 수는 5만4555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25.6%에 달한다. 전체 국가 중 가장 많다. 많은 대학들은 유학생의 등록금 등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전체 외국인 유학생은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유학생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 이주와 관련한 한 인터넷 카페에는 F-1·M-1 비자 제한과 관련한 성토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유학생은 “코로나가 다시 치솟는 상황에서 외국인 학생은 무조건 학교에 나와야만 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며 “유학을 오기까지 많은 노력과 지출이 있었을 텐데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 한 번으로 (미국 밖으로 내쫓는 식으로) 사람들을 이렇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너무 착잡하다” “상황이 바뀌길 바란다” “같이 힘내자” 등의 글도 여럿 게시돼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292만3432명을 기록했다. 실시간 집계까지 포함하는 월드오미터 등 다른 통계를 보면 현재 미국 내 감염자는 300만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