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위반검증' 감리위원회 D-2…3대 쟁점은

콜옵션 가치 높아졌다 vs 시장가격만으로 회계처리 변경 ‘회계기준’ 취지에 어긋
회계법인, 가치 평가 기업 입맛따라 들쑥날쑥..그거 믿고 지배력 평가해도 되나
관계사로 변경되더라도 `장부가액` 평가해도 무방한데.. 왜 굳이 시장가액 택했나
  • 등록 2018-05-15 오후 12:20:00

    수정 2018-05-15 오후 1:40:49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7일 감리위원회에선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바)가 회계처리 위반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다. 특히 이날 감리위원 판단에 따라 대심제가 적용될 경우 금감원과 삼바가 얼굴을 맞대고 앉아 회계 안건을 놓고 논리 대결에 나선다. 삼바 회계처리 논란의 3대 쟁점을 살펴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위반 여부가 17일 감리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인 가운데 1년간 특별감리를 벌여 이 문제를 제기한 금융감독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 감사인의 콜옵션 부채 인식 요구가 ‘지배력 상실’의 계기?

삼바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회계처리 변경 배경에 대해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 2015년 말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콜옵션을 부채로 인식할 것을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콜옵션을 1조8200억원의 파생상품부채로 인식한다.

삼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만큼 에피스 회사 가치가 높아졌다며 이는 삼바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된단 의미라고 해석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에피스에 대한 지분율이 49.9%로 올라갈 뿐 아니라 이사회도 삼바와 동수로 구성되기 때문.

하지만 이런 식의 논리 구조는 상당히 어색하단 지적이 나온다. 삼바는 콜옵션을 부채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지배력 상실까지 회계처리가 이어졌다고 하지만, 통상 콜옵션이 실질 권리를 갖는지 여부를 평가하고 그것으로 인해 지배력을 잃는다면 그 후속조치로 부채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 그랬다고 하더라도 굳이 에피스의 지분율 가치를 시장가액으로 평가할 이유가 없단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삼바는 에피스의 복제약이 승인 조차 나지 않은 2015년 8월 안진회계법인이 통합 삼성물산의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해 만든 에피스의 가치 평가 자료(5조2700억원)를 차용한다. 회계학계 관계자는 “2015년 당시엔 기업 가치 평가에서 장부가액을 쓰도록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던 터라 종속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해도 그 가치를 장부가액으로 평가해도 무방했다”며 “왜 굳이 자의적으로 계산될 가능성이 높은 안진회계법인의 현금흐름법(DCF)을 사용한 기업가치 평가액을 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금흐름법은 삼바 상장주관사가 투자설명서에서 객관적이지 않은 지표라고 적시할 만큼 신뢰성이 낮은 가치 평가 방식이다.

② ‘시장가치’ 지배력 평가에 얼마나 영향 주나

삼바가 에피스에 대해 지배력을 잃었다고 판단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이오젠이 당장이라도 콜옵션을 행사할 만큼 에피스가 매력적인 물건이 됐다고 봤기 때문. 그러나 이 물건의 가치를 평가하는 곳이 삼바에게 의뢰를 받은 회계법인이란 점에서 이것만 믿고 지배력 여부를 달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란 지적이 많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안진은 2015년 5월 구(舊)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는 에피스를 포함, 삼바의 가치를 19조3000억원으로 산정했다가 석 달 뒤엔 6조8500억원(당시 에피스는 5조2700억원)으로 낮춰 잡는 등 신뢰성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을 고려해 국제회계기준도 콜옵션의 가치 변동에 따라 지배력이 달라지지 않도록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제1110호 연결재무제표 BC124’에선 콜옵션 보유자가 권리 행사시 장애물(재정적 또는 다른 장애물)은 없는지 살펴 기초주식의 시장가격의 변화만으로 연결 결론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2012년 에피스 설립 당시 바이오젠에 콜옵션이 부여될 때부터 2015년말까지 지배력을 달리 평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바이오젠의 2012~2013년 유상증자 가격이나 콜옵션 행사가격이나 유사했을 것으로 추정돼 콜옵션엔 애초부터 가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단 설명이다. 이런 식으로 회계처리가 진행됐다면 삼바가 에피스를 종속사로 보든, 관계사로 보든 2015년말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 파생상품부채는 시가로 평가되고 에피스는 지분법 평가에 따라 원가법을 적용해 에피스 실적(적자)에 지분율을 곱한 값을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간에 지배력이 바뀌었다고 판단하면서 콜옵션 부채는 물론 에피스 주식도 시가로 평가, 1조9000억원의 흑자를 냈을 뿐 아니라 5300억원의 누적결손금이 1조6000억원의 이익잉여금으로 바뀌게 됐다.

③ 회계기준 악용한 ‘고도 전략’ vs 고의적 분식

이런 회계처리가 삼바 말대로 회계법인의 말을 착실하게 수행한 결과인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시나리오의 일부인지도 논쟁 거리다. 금감원이 삼바가 고의적으로 회계처리를 위반했다고 보고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주식 가치 적정성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으로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진행됐고 이 부회장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합병 비율이 필요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를 위해선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바의 고평가가 요구된다. 홍순탁 참여연대 회계사는 “2015년 5월 안진과 삼정이 삼바 가치를 각각 19조3000억원, 18조4900억원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은 1대 0.35가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병은 2015년 9월 완료됐으나 삼바의 시장가치가 높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2015년말 회계처리 변경, 2016년 11월 상장 등의 수순이 필요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삼바는 회계처리가 변경되지 않았어도 코스피 상장 규정(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 자본총액 2000억원 이상)을 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2015년말 자기자본 6000억원 수준과 연간 적자폭을 고려할 때 3년밖에 버틸 수 없는 수준이란 게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또 참여연대는 삼바의 기업가치 6조8500억원은 제일모직이 싸게 삼성물산 주식을 교환했단 것을 교묘하게 가리는 수단으로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제일모직에 염가매수차익 1조9700억원(2015년말)이 발생했는데 합병 삼성물산이 이 염가매수차익과 삼바에서 발생한 영업권(1조8900억원)을 상계처리한다. 그 결과 염가매수차익 순액은 8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영업권은 자산으로 분류, 계속해서 비용(감가상각비)으로 처리돼야 하는 부분이고 염가매수차익은 말 그대로 이익인데 자산과 이익을 상계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단 지적이 나온다. 회계학계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은 같은 유형자산에서 발생한 비용과 이익도 상계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어떻게 자산과 이익을 상계하는 회계처리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의 회계처리로 인해 삼성그룹은 합병도 하고 경영권 승계도 하고 삼바를 상장하는 등 자신들이 계획한 것을 다 이뤘다”며 “회계처리 위반은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성이 짙다”고 덧붙였다.

(용어설명)삼바의 영업권= 합병 전 제일모직은 삼바를 46.7%, 삼성물산은 5.8%를 보유해 제일모직은 삼바를 관계사로 처리해왔으나 양사가 합병하면서 51%를 넘는 지분을 보유해 종속사로 분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합병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바의 공정가치는 3조5000억원인데 이를 연결재무제표에 담을 때는 삼바의 개별자산 공정가치 중 삼성물산분인 1조6100억원만큼을 차감해 그 차액인 1조8900억원을 영업권으로 자산화하도록 해놨다. 안진이 5월에 평가한 삼바 가치 19조3000억원을 인용하지 않은 것은 이 경우 염가매수차익보다 영업권이 훨씬 더 큰 것으로 계상되기 때문이란 게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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