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한 기원설' 바이든 힘 싣자 발끈한 중국…"미국부터 조사해라"

"8월까지 코로나 근원 재조사하라" 바이든 지시에
"정치적 노이즈마케팅 또 시작"…中 대사관 반발
"2019년 7월 폐쇄된 美 실험실도 조사하라" 맞불
  • 등록 2021-05-27 오후 5:49:59

    수정 2021-05-27 오후 5:49:59

지난해 4월 1일 중국 우한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이 코로나19 발원지를 중국 우한연구소라고 거듭 주장하자 중국이 발끈했다.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과학 문제를 정치화한다는 비난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실험실 유출설을 검증하려면 미국도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역공에 나섰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27일 홈페이지에 미국을 겨냥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대사관은 “코로나19 기원을 놓고 또다시 정치적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등 실험실 유출 음모론이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일부 정치세력이 자국민 방역과 국제사회 협력은 외면한 채 정치조작과 비난에 열중해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는 비극을 낳았다”고 비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코로나19 기원설 논란에 불을 지피자 즉각 반발한 것이다. 2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8월까지 정보당국에 코로나19 기원을 다시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중국 우한연구소 직원 3명이 코로나19 첫 발병 보고 직전인 2019년 11월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아팠다는 미국 첩보 보고가 알려지며 우한 기원설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한연구소가 코로나19 유출의 진원이라는 미국의 지적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대사관은 “(중국은) 인류의 미래에 닥칠 중대한 상황에 보다 잘 대처하기 위해 사실에 기초하고 과학을 존중하는 태도 위에서 국제 공조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과학문제를 정치화하면 바이러스의 근원지를 찾기는커녕 정치적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9일 한 달간의 우한 현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피터 벤 엠바렉 WHO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장(왼쪽)과 팀원 마리온 쿠프만스(오른쪽)(사진=AFP)
중국이 과학적 근거를 대라며 물러서지 않는 건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은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중국을 방문해 한 달가량 조사를 벌였지만 “우한연구소는 매우 안전하게 잘 관리돼 있었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중국 당국이 비협조적인 탓에 제한된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가 이뤄진 만큼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도 코로나19 기원 재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맞불을 놨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연구소 유출설을 조사한다면 우한연구소만 포함해선 안 된다”며 “2019년 이후 주목할만한 징후를 보여 온 미 포트 데트릭 실험실이 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실험실은 지난 2019년 7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명령으로 폐쇄된 곳이다. 특히 실험실에서 가까운 양로원 두 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다는 점을 근거로 중국은 코로나19 진원지를 포트 데트릭 실험실로 지목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기원지 재조사를 지시한 데 대해 “미국 측이 유죄 추정을 하려는 ‘셜록 홈즈’식 조사는 과학적으로 전혀 불가능하다”며 “중국 과학자와 행정기관에 대한 모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세계의 불행은 최강국인 미국이 전략적 경쟁자로 여기는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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