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가는 집, 전기료 80% 줄인 집…'꿈의 주택' 눈길

2017 국토교통기술대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
벽 대신 기둥.. 가변성·수리용이성 높인 장수명 주택 눈길
냉난방비 7분의 1로 줄인 '제로에너지주택' 9월 서울 하계동 입주
  • 등록 2017-05-24 오후 6:47:49

    수정 2017-05-24 오후 6:47:49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재개발·재건축의 시대가 가고 할아버지가 쓰던 집을 손자까지 쓰는 시대가 올까. 게다가 할아버지가 쓰던 방을 거실로 확장하는 등 집 구조도 거주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주택이 나올까.

24일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7 국토교통기술대전’은 그야말로 첨단 주택 건설기술의 경연장이었다. ‘꿈의 집’을 짓기 위한 다양한 건설 및 건축 신기술이 제시됐다. 특히 100년 거주의 꿈을 이룰 ‘장수명(長壽命) 주택’과 오는 9월 실증단지 입주를 앞둔 한국형 ‘제로에너지 주택’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벽 대신 기둥…공간 활용 자유자재 ‘장수명 주택’

현재 한국 아파트 평균 수명은 27년. 오랜 기간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저층부로 균열이 생기거나 오래된 벽으로 누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40년이었던 재건축 연한이 30년으로 당겨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수명 주택이 도입되면 한 집에서 100년을 살 수 있다. 장수명 주택은 ‘벽’이 아니라 ‘기둥’을 골격으로 지어진 집이다. 집 내부 구조를 바꾸고 싶다면 경량 벽체를 없애거나 다시 세어 내부 구조를 변경할 수 있다. 자녀를 낳으면 방을 늘리고 아이들이 독립해 거주자 수가 줄어들면 방 개수를 줄이는 대신 거실 등 공동 공간을 늘릴 수 있다. 이 같이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게 장수명 주택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물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고정된 벽 콘크리트(30㎜)보다 더 견고한 콘크리트(40㎜ 이상)로 골격을 만든다.

공간을 거주자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바닥에 배관시설이 설치된 일반 공동주택과 달리 벽에 배관시설을 넣었다. 누수가 발생해도 윗집과 아랫집 동의 없이 개별 가정에서 수리도 할 수 있다.

층간 소음도 잡을 수 있다. 이제까지 배수관은 바닥에 있었던 만큼 층간 소음의 원인이 됐다. 윗집이 밤에 수도를 쓰면 물이 내려가는 소리 때문에 고통을 겪기도 하고 윗집에서 냄새나는 오물을 버리면 배수관을 타고 아랫집까지 악취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장수명 주택에선 이 같은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인 ‘비용 절감형 장수명 주택 보급 모델 개발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김수암 장수명 주택 연구단장(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리가 편하고 거주자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변경할 수 있는 게 장수명 주택의 힘”이라며 “장수명 주택에서 벽면을 변경하는 비용은 현재 일반아파트 베란다 확장 등 리모델링 비용보다 20~30%가량 낮다”고 말했다.

이 장수명 주택이 가장 먼저 들어설 곳은 세종시다. 현재 국토부는 세종 행복도시 2-1 생활권 M3블록(10년 공공임대주택) 전체 14개 동(1080가구) 중 2개 동(116가구)에 장수명 주택을 도입하기로 했다. 2019년 6월 완공 예정이다.

전기요금 7분의 1로 ‘뚝’…제로에너지 주택 눈길

올 여름도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에어컨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가정이 늘고 있다. 여름과 겨울 냉·난방비를 잡고 에너지 효용을 극대화하는 제로에너지 주택도 이번 기술대전에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제로에너지 주택은 냉난방과 급탕, 환기, 조명에 드는 에너지를 단지 내에서 생산하는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고 그 에너지가 부족할 경우에만 외부 에너지를 공급받는 주택이다. 물론 단지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남으면 외부로 에너지를 돌려준다. 이 같은 제로에너지 주택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오는 9월 서울 노원구 하계동 251-9호 부지(1만1344㎡)에 국내 최초로 ‘제로 에너지 실증단지’가 들어선다. 아파트형 공동주택 3개 동(106가구)과 연립주택형 공동주택 1개 동(9가구), 합벽주택형 공동주택 2개 동(4가구), 단독주택형 공동주택(2가구) 등 총 121가구가 들어서는 이 단지는 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태양광 전지판이나 지열 히트 펌프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한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열재도 활용했다. 기존 주택과 달리 콘크리트 외부에 단열재를 설치해 뜨겁거나 차가운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도 막는다. 환기 과정에서 실내에 발생한 열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환기 장치와 삼중 유리 시스템 창호로 냉·난방 효율을 더욱 높인다. 그러다 보니 제로에너지 주택은 냉난방과 급탕을 위해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이나 겨울에 톡톡한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제로에너지 주택 실증단지 연구단이 한 달 동안 시범단지에 24시간 에어컨을 틀어 25℃를 유지한 결과 전기요금이 동일 면적 일반주택의 7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냉방에 사용된 전력은 233kWh로 전기요금은 5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면적의 일반주택에서 이 온도를 유지하려면 700kWh(37만4000원)의 전력을 사용해야 한다.

이명주 제로에너지 건축센터장(명지대 교수)은 “제로에너지 주택에서 살면 한 가구가 소요하는 전체 전력 비용이 취사에 필요한 에너지나 전기 콘센트를 사용하는 수준으로 급감한다”며 “전력 소비와 생산 상황 등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볼 수 있어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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