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무승부…내년 3월 정기주총서 진검 승부할 듯

한미사이언스, 28일 임시주주총회 열어 정관변경·이사선임 안건 표결
형제 측과 3자 연합 측 이사진 동수…‘식물 이사회’로 전락 우려
  • 등록 2024-11-28 오후 4:05:33

    수정 2024-11-28 오후 4:05:33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의 임시주주총회 결과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이 형제 측 5명, 3자 연합 측 5명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영권 향배를 결정할 진검 승부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로 미뤄지게 됐다.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교통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교통회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 결과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되면서 이사 선임안 중 1건만 가결됐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개인 최대주주이자 모녀 측(송영숙 한미약품그룹·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과 ‘3자 연합’을 형성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만 이사회에 새로 진입하면서 형제 측(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이 우세했던 5대 4 구도에서 5대 5로 팽팽해졌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올 초부터 본격화됐다. 2020년 8월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송 회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월 OCI그룹과 통합을 발표하자 형제 측이 이에 반대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선 형제 측 손을 들어줬던 신 회장이 최근 모녀 측과 3자 연합을 형성하면서 판세가 바뀌었다.

3자 연합은 이사회 구도를 재편하기 위해 이번 임시주총을 열고, 정관 변경안과 이사 선임안을 제안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총 9명으로 형제 측이 우세한 5대 4로 구성돼 있다. 3자 연합은 이번에 제안한 안건을 통해 이사회 구도를 5대 6으로 뒤집기 위해 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과 이사 선임안을 상정했다. 이사 후보로는 기타비상무이사에 신동국 회장을, 사내이사에 임주현 부회장을 추천했다. 형제 측은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이익잉여금의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을 제시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분구조는 형제측 25.6%, 3자연합측 33.78%, 친인척으로 분류되는 지분 3.10%,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8.09%, 국민연금이 6.04% 등이다. 6%대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지난 27일 임시주총 안건에 대해 ‘중립’ 의견을 내면서 소액주주의 표심이 더욱 중요해졌다.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9월 말 기준 23.25%다.

이날 출석한 주식수는 5734만864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수(6771만3706주)의 84.68%에 해당했다. 보통 결의뿐 아니라 특별 결의도 적법하게 결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표결 결과 정관 변경 안건은 부결되고 이사 선임안 중 신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만 가결됐다. 자본준비금 감액안도 가결됐다.

정관변경 안건에 찬성한 주식수는 출석 의결권(5734만864주)의 57.89%인 3320만3317주였다. 특별 건의 안건이 가결되려면 출석한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이를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출석 의결권 중 57.86%인 3318만8984주가 신 회장의 이사 선임에 동의하면서 임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은 자동 폐기됐다. 신 회장이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10명으로 전원을 모두 채우게 됐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28일 주총장을 나서면서 소감을 밝혔다.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이러한 결과에 대해 임 대표는 주총장을 나서면서 “이번에 이사회가 동수가 되는 상황이 되면서 제가 좀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있을 한미약품(128940) 임시 주총 준비를 잘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임시주총은 오전 10시에 열릴 계획이었으나 의결권 위임장 집계 절차로 인해 오후 2시 30분께 개회했다. 위임장을 일일이 수기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4시간 이상 지연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개회가 늦어지면서 일부 주주가 언성을 높이거나 자리를 이탈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임시주총에는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중 주총 의장 역할을 맡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만 직접 참석했다. 오전 9시 40분경 현장에 나타난 임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하며 주총장으로 들어섰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3자 연합’인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은 법무법인 세종에 의결권을 위임하고 임시주총에 불참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28일 임시주총장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갔다.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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