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 1.3%↑…여전히 지갑 연다 vs 고물가 착시효과

미국 10월 소매판매 증가율 전월비 1.3%
  • 등록 2022-11-16 오후 11:54:13

    수정 2022-11-16 오후 11:54:13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소비가 예상을 웃돌았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통화 긴축에도 강한 구매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으로 더 많은 돈을 지출한데 따른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10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1.3%를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0% 증가)를 상회했다. 8개월 만의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미국 경제의 70% 비중에 육박하는 소비는 경기의 척도로 여겨진다.

(사진=AFP 제공)


유가가 상승하면서 주유소의 매출액이 한 달 만에 4.1% 큰 폭 늘었다. 이외에 식당(1.6%), 자동차·부품(1.3%), 온라인 판매(1.2%) 등에서 소비가 큰 폭 늘었다. 13개 부문 중 9개 부문의 매출액이 증가했다. 다만 전자제품(-0.3%), 스포츠용품·악기·서적(-0.3%) 등은 소비가 오히려 줄었다.

씨티그룹의 베로니카 클라크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 가격 상승과 자동차와 관련한 공급망 개선이 소매 판매를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초강경 긴축을 펼치고 있지만, 연말 쇼핑 대목을 앞두고 여전히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가 폭등 탓에 명목가격이 오른데 따른 착시효과 지적도 적지 않다. 상승한 가격을 지불하면서 소매 판매 지표가 호조를 띤 것일뿐이고, 급격한 긴축으로 추후 소비는 저조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유통업체들은 거래가 많아졌다기보다는 가격을 올리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은 올해 3분기 월가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내놓았고, 연말 쇼핑 대목을 포함한 4분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의 쇼핑은 점차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제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피델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연휴 시즌은 물론이고 내년까지 도전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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