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를 이끌었고 현재는 알리안츠그룹 수석 경제고문을 맡고 있는 모하메드 엘에리언이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이 경고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새해 들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1년이 시작된 지 2주도 채 안됐지만 미 국채금리는 장기금리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이로 인해 채권 수익률곡선은 가팔라지고 있다. 이는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금리 상승)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 상황이다.
|
실제 10년과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올 들어 지난 10일(현지시간)까지 각각 20bp와 22bp 상승했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만기 국채금리와의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10년과 2년 간 스프레드는 작년 말 80bp에서 현재 98bp까지 벌어졌고, 30년과 2년 간 스프레드는 같은 기간 152bp에서 174bp로 확대됐다.
엘에리언 경제고문은 “이런 움직임은 연준 정책이 시장금리를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가운데 금리를 좁은 밴드 내에서 머물도록 노력할 때에 주로 발생한다”고 진단한 뒤 “이처럼 시장금리가 계속 위로 올라간다면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한 모델에 의해 발생하는 매수 시그널을 약화시키고 상대적인 투자 매력을 낮춤으로써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장금리 상승은 주택시장과 같은 금리에 민감한 부문에 악영향을 줌으로써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일단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이어온 극도의 통화부양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이런 정책기조에 어떠한 반화나 전망의 변화도 없었다”며 “지난주 공개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서 보듯이 연준은 단기간 내에 현재의 자산매입 속도를 줄일 의도도 없는 상황이며 설령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 속도는 매우 더딜 것”이라고 점쳤다.
이어 “통화정책 외에 다른 요인이 시장금리를 올리고 있다면 이는 정부 디폴트 리스크 상승이나 우호적인 경제 성장 전망 등일텐데, 이런 변화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미국의 디폴트 리스크가 커진다면 오히려 연준은 국채 매입을 더 늘릴 것이며, 미국 경제 성장 전망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로 오히려 더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에 발표된 작년 12월 미국의 비농업 신규 취업자수는 14만명이나 줄었다.
|
결론적으로 엘에리언 경제고문은 “최근 시장금리 상승의 주된 동력은 시장 내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미 국채 매수세가 약화한데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은 최근 10년만기 미 국채 명목금리와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 간 차이인 브레이크이븐레이트가 2년 만에 최고치까지 올라오고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시장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우려가 생길 수 있다”며 “연준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바라고 있지만 (지금처럼 성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면 연준이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은 거의 없다”며 “아울러 이는 이미 펀더멘털에 비해 금융시장 밸류에이션이 엄청나게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 이익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엘에리언 경제고문은 “아직까지는 풍부한 유동성의 힘에 의해 주식과 다른 위험자산이 더 뛸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각국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부양기조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민간 투자자들도 주식 외에는 다른 투자대안이 없는 만큼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저가매수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국채금리를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은 분명하다”며 “이 추세가 계속 된다면 연준이나 투자자, 미국 경제 모두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