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강풍 불면 `속수무책`…허점 투성이 야간산불 진화

165대 산불진화 헬기 중 야간산불 가능한 헬기는 ‘0’
지난해 205억 들여 도입한 수리온 아직까지 출동 미정
올해 산불예산은 전년비 8% 줄어…진화인력 부족 심각
  • 등록 2019-04-08 오후 3:40:54

    수정 2019-04-08 오후 6:03:10

영암산림항공관리소에 배치된 수리온이 산불진화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축구장 면적(7140㎡)의 742배에 달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강원산불로 산불 대응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산림청과 소방청, 군, 경찰 등에서 모두 165대의 산불 진화헬기가 동원됐지만 이 중 야간에 투입한 헬기는 단 1대도 없는 등 야간 산불진화 체계의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야간산불에 투입가능한 헬기 전무…205억 쓴 수리온도 출동 미정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6일 강원산불 피해로 사망·부상이 각 1명이고 산림 530㏊와 주택 478채가 불에 탔다. 이번 강원산불이 초속 20~30m에 달하는 태풍급 강풍에 발생시간대도 야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 진화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국에서 산불 진화에 동원할 수 있는 헬기는 산림청 47대, 소방청 28대, 국방부 20대, 경찰청 3대, 국립공원 1대, 지자체 임차 헬기 66대 등 모두 165대다. 이 중 초속 20m 미만의 강풍에도 이륙해 진화할 수 있는 러시아산 카모프(KA-32T·담수 용량 3000ℓ) 등 초대형 헬기 4대를 포함해 대형 헬기 30대가 있다.

특히 산림청은 지난해 야간 진화가 가능한 국산 수리온 헬기(KUH-1FS, 담수 용량 2000ℓ)를 도입했지만 아직까지 야간 출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 헬기는 산림청이 지난 2015년 12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205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 지난해 5월 영암산림항공관리소에 배치됐다. 산림청은 이 헬기에 한국형 디지털 전자지도(DMM)와 자동비행조종장치(AFCS) 등 최신형 항전장비가 탑재돼 있어 야간산불 진화가 가능하다고 홍보했지만 훈련과 지상지형 숙지 등을 이유로 야간 기동은 아직까지 미정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수리온은 지난해 5월 배치된 이후 지난해 7월 첫 산불 진화임무를 첫 수행했고 이번 강원산불에도 투입됐다. 다만 야간 출동은 훈련과 점검 등이 필요해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야간 임무수행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산불이 연중 대형화하는 추세로 가면서 기존 러시아산 카모프를 대신해 강풍에도 기동이 가능한 초대형 산불진화 헬기의 추가 도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원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올해 산불 관련예산 전년비 8% 축소…특수진화대 인력 증원도 난항

야간에 강풍까지 동반된 산불은 헬기와 드론 등 장비를 동원한 임무수행에 기술·안전상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야간 산불은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 등 전문 진화 요원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번 강원산불 역시 인력과 지상 장비에 의존한 진화가 주를 이뤘다. 여기에 갈수록 대형화되면서 연중 상시로 발생하는 산불의 체계적인 진화를 위해서는 장비와 함께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회 등 정치권에서는 도로와 철도 등 SOC사업에 대한 예산 증액은 선호하면서도 산불 등 재난에 대비한 예산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책정된 산불 관련 예산은 1355억원으로 지난해 1473억원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118억원(8%)이 오히려 줄었다. 헬기와 지상인력을 대신할 수 있는 신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드론도 실제 산불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연구개발(R&D)이 선행돼야 하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대형 드론을 이용해 무게 30㎏짜리 소화탄을 야간 산불 현장에 투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이에 대한 투자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 진화 전문인력의 증원과 처우 개선도 시급한 문제다. 산림청은 현재 330명인 특수진화대 인력을 650명으로 늘리고 1만명의 산불예방진화대원 근무기간도 종전 연간 5개월에서 연간 7개월로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국회에서 매번 제동이 걸리고 있다. 산불 관련 전문가들은 “갈수록 산불이 연중 수시·대형화 되면서 대응 체계도 큰 틀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정부와 정치권 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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