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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산하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는 법무부와 검찰 등 산하기관 등의 여성 구성원 전수 실태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7일 발표했다. 여성직원 총 8194명 가운데 90%인 7407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이 대책위는 올해 1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공개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을 계기로 출범했다. 법무·검찰 분야 여성 구성원 전부를 상대로 성범죄 피해 여부를 조사한 건 처음이다.
‘외모평가’에서 ‘포옹·입맞춤·허벅지 만지기’까지
조사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61.6%가 성희롱과 성범죄 등 성적 침해행위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 중 여검사의 경우 70.6%가 성희롱·성범죄 피해경험이 있다고 했다. 임용 후 3년 이하인 여성 직원 중에는 42.5%, 여성 검사는 42.6%가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여성가족부의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 특별점검’을 보면 응답자 약 56만 9000명 가운데 6.8%가 최근 3년간 성희롱·성폭력 직접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법무·검찰 분야 성범죄 실태가 공공부문 일반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성희롱 등 성범죄 가해자는 ‘상급자’라는 응답이 85.7%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 중 9,.1%는 여성이었다.
발생장소는 ‘회식장소’가 64.9%로 가장 많았다. ‘직장내’라는 응답도 34.5%였다.
이에 더해 소문 유포나 불리한 인사조치, 피해자 회유 등 2차 피해를 경험했다는 비율도 12.1%였다. 2차 피해의 가해자로는 상급자가 58.6%로 가장 많았다.
권인숙 위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자신의 신상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구제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아주 큰데도 응답률이 매우 높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신체적 접촉 성희롱 비율이 너무 높다. 서지현 검사 사건은 빙산의 일각임을 보여주는 결과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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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범죄를 당하고도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하는 경우는 적었다. 성희롱 등 피해를 입은 검찰 내 여성 직원의 66.6%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피해를 입은 법무부 본부 및 산하기관 여성 직원의 63.2%도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법무·검찰 분야 259개 기관에 설치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는 모두 3번 열렸을 뿐이다. 이 기간 성희롱 고충사건 처리 건수도 18건에 그쳤다. 검찰 내 여성 직원의 61.4%는 성범죄 사건의 공정하고 신속한 처리를 기대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대책위는 “현재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고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신뢰를 갖지 않아 유명무실화된 만큼 성희롱 등 고충사건 처리 절차와 담당기구 등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대책위는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성범죄 등 고충처리 담당기구를 설치해 각 기관 사건을 일괄처리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피해자가 조직 내부결제 등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이 기구에 직접 신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보호 논리를 이유로 한 피해자 회유나 피해사실 은폐 등 2차 피해를 막고 가해자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책위는 이날 전수조사 결과와 권고사항 발표를 끝으로 지난 2월 시작한 1기 활동을 마무리했다. 권 위원장은 “2기 활동연장 기간에는 조직문화 및 제도 개선이 핵심이다. 남성 직원 대상 간담회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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