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호 6개월 '적폐청산' 수사에 올인…檢 확전 피로감·하명수사 반발도

첫 수사는 '미스터피자 갑질'·이후 '적폐청산' 수사에 전념
서울중앙지검 검사 97명이 수사…전체의 40%
국정원 수사 통해 박근혜 재수사·정치권 사정까지
軍 댓글수사로 MB 조사도 가시화
현직검사 자살·영장청구 남발 등 과잉수사 논란
피로감·하명수사 반발 등 역효과…여론...
  • 등록 2017-11-20 오후 5:43:27

    수정 2017-11-20 오후 5:54:38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임한 지 6개월이 됐다. 윤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5월 19일 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취임 이래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항명 파동’으로 한직을 전전했던 그는 새 정부에서 ‘적폐청산’ 수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명박·박근혜로 향하는 적폐청산 수사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연합뉴스)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팀 수사에서 첫 발을 뗀 윤석열호의 적폐청산 수사는 이후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과 ‘화이트리스트’(친정부 성향 보수단체 동원 관제시위 의혹) 사건 등을 거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직접 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국정원의 특별활동비 상납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을 거쳐 친박계 의원 등 정치권 전반에 사정(司正) 한파를 불러왔다.

현재 적폐청산 수사대상은 대부분 청와대와 국정원, 군 등의 ‘적폐청산 TF’가 보수정권의 각종 의혹을 자체조사해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들이다. 정권의 하명(下命) 수사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 수사를 강조하고 수사를 받던 현직 검사가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하자 수사팀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과잉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불만이 검찰 내부에서 터져나왔다.

수사권·기소권 분리 등 검찰개혁 여론을 희석하기 위해 검찰이 의도적으로 적폐청산 수사에 올인한다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적폐청산 수사에 우려와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국민적 지지는 높은 편이다. 여론의 향배가 향후 수사동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검 검사 40% 적폐청산 수사에 투입

20일 검찰에 따르면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일하는 총 242명의 검사중 40%인 97명이 적폐청산 수사 사건에 매달리고 있다. 검찰은 수사인력 보강을 위해 지난 8월 타 지역 검찰청 등에서 새로 30명을 파견받아 16명을 적폐청산 수사를 도맡는 2차장(공안분야) 및 3차장(특수분야) 산하 부서들에 배치했다. 1차장 산하 형사부에는 14명이 파견됐다.

검찰개혁 차원에서 공안·특수 분야 검사를 크게 줄이고 형사분야 검사를 늘리겠다던 문무일 검찰총장의 약속은 최소한 중앙지검에선 물 건너간 상태다.

국정원 수사를 위해 사실상의 특별수사본부도 꾸렸다.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박찬호 2차장검사를 팀장으로 공안2부와 공공형사수사부, 외사부 등 3개 부서를 합해 25명 안팎의 검사들을 투입해 ‘국정원 수사팀’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비선실세 최순실 등 수사를 위한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 규모인 검사 30여명에 맞먹는 규모다.

실제 국정원 수사는 이번 적폐청산 수사에서 양적·질적 측면에서 핵심이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지난 8월 21일 ‘민간인 외곽팀장 30명’을 시작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문건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의혹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선보고 의혹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 경위 △‘NLL’포기 논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등 11가지 사건의 수사를 의뢰했다. 3개월 동안 2주마다 1~2개씩 사건이 접수됐다.

검찰은 이들 사건을 수사하며 이미 징역 4년형을 받고 수감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추가 기소했다. 이종명 전 3차장과 추명호 전 국장, 유성옥·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등 전직 국정원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국정원 수사의 파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검찰은 국정원이 관여한 정황이 있는 군의 댓글공작 의혹 사건도 수사해 결국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했다. 이제 검찰 칼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누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수사해온 3차장 산하 특수3부도 국정원의 개입을 포착했다. 특히 자체 인지수사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상납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수사를 통해 그간 법망을 피해왔던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과 함께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 3명 중 2명(남재준·이병기)을 구속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피의자로서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에 더해 검찰은 국정원 자금이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등 국회 의원들에 흘러간 정황을 잡고 정치권 사정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 밖에 청와대에서 수사 의뢰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 최초 보고시점 조작 의혹(특수1부)과 ‘BBK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들의 이 전 대통령 고발사건(첨단범죄수사1부) 등도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으로 꼽힌다.

윤석열호의 첫번째 공식수사는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의 가맹점 대상 갑질 행위였다. 검찰이 민생사건 해결에 주력하는 새 모습을 보이는가 했지만 문정부의 각종 수사의뢰가 쏟아지면서 다시 공안·특수수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 7월 시작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대대적 수사는 방위산업 비리를 고리로 박근혜 정권 실세들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회계부정과 채용청탁 등 기업내부 비리를 적발하는 데 그쳤다. 지난 17일 효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본격 수사는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가 가시화된 시점에서 뒷말을 낳고 있다.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사돈 관계다.



과잉수사·피로감·하명수사 불만 등 논란 확산

지난 6일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해 숨진 것은 거침없이 진행되던 적폐청산 수사에 첫 대형악재가 됐다. 앞서 윤 지검장이 법원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거친 표현을 쓰며 공개 비난한 것과 맞물려 수사방식이 거칠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수사팀은 소환조사를 받은 주요 피의자에 대해 대부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금까지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해 구속된 인원은 20명 가량이다.

검찰 안팎에선 정부의 수사의뢰와 함께 이와 연관된 각종 고소·고발이 이어지자 기약없는 수사에 대한 피로감과 하명수사 거부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무일 총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를 길게 끌 경우 피로감이 증대할 수 있어 수사팀 증원을 제안해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선 연말까지 적페청산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들을 직접 수사해야 하는 데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처럼 기존 수사에서 새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사 종료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롯데홈쇼핑의 뇌물수수 의혹을 받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에 대한 전격 수사는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출범 6개월 된 정부의 실세를 수사해 검찰이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려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검찰이 하명수사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개혁 움직임에 맞서고자 정권에 견제구를 날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검찰의 칼끝은 검찰개혁 방안을 본격 논의할 여의도 국회로 향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재의 검찰 권한을 최대한 지키려는 것은 대부분 검사들의 바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 작업을 검찰에 죄다 맡겨놓고서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바레인 출국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 귀빈실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본인과 관련된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힘들었습니다”
  • 학교에 요정 등판
  • 홀인원~
  • 우아한 배우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