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미국제약 약가인하에 대한 국내업계 영향은

對美 수출 미미해 당장 영향 없을 듯
제너릭·바이오시밀러 수요 커질 수도
  • 등록 2017-02-01 오후 4:54:11

    수정 2017-02-01 오후 5:32:14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최근 미국 제약사 대표들과 만나 건강보험에서 약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며 약값을 내리라는 압박을 하면서 국내 제약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국내 제약사들은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실행안이 나온 것이 아니라 현재로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제약업은 대표적인 대미 적자 업종이라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압박이 국내 제약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15년 제약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의약품의 대미 수출액은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며 국내 10여개사가 미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는 항암제와 당뇨병치료제, 항생제 등의 후보물질을 미국 제약사에 기술수출했고, 녹십자는 면역결핍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의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이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의 미국내 임상3상 시험을 끝내고 조만간 미 FDA에 관련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며 SK케미칼은 자체 개발한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의 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제약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최소 납품물량, 기간을 일정부분 보장받는 계약조건이 있다”며 “약가협상은 생산을 의뢰한 제약사가 진행하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받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미국 허가를 받아 지난해 11월 2600억원 어치를 수출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램시마에 대한 판권을 화이자가 가지고 있어 셀트리온이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정부가 약가인하를 요구한 배경이 비싼 약값 부담이 원인인 만큼 효과는 동등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인하 압박으로 제너릭이나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제약사들의 경쟁력을 우선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주용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제너릭이나 바이오시밀러도 허가를 받아야 미국에 진출할 수 있다”며 “이때도 교차임상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 기대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약개발에 더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트럼프의 약가 인하 압박은 기존 약의 가격을 낮추자는 것이지 치료법이 없는 ‘수요 미충족 신약’의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신약개발에 집중하면서 위험부담은 줄이는 기술수출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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