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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이 초지능 사회에서 ‘창조는 곧 편집’이라는 독특한 발상을 내놨다. 김 작가는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WSF)에서 ‘초지능 사회, 창조의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며 국내서 처음으로 ‘휴테크’를 제안한 바 있는 김 작가는 이날 강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조와 인공지능(AI)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창조적일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창조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역설했다.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편집”
김 작가는 창조란 기존에 있던 것들을 구성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한 것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세계적인 지휘자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위대한 이유도 ‘편집의 힘’에서 찾았다. 그는 1967년 다양한 영화적 기법을 동원해 클래식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최초의 뮤직 비디오로 알려진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10년 앞서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든 셈이다.
김 작가는 “카라얀은 청각과 시각을 편집해 낸 최초의 뮤직비디오 제작자”라며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라고 강조했다.
◇21세기의 ‘낯설게 하기’
단순히 ‘시상식’이라고 써 있던 사진도 ‘아주 난감한’ 시상식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달리 보인다. 김 작가는 “보는 방식이 달라지는게 창의성의 시작”이라며 에디톨로지(editology) 개념을 제시했다. 지식은 ‘자극’ ‘정보’ ‘지식’의 3단계로 구성된다는 새로운 개념이다. 김 작가는 “새로운 지식은 곧 정보의 편집”이라며 “기업의 경우도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만 운영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창조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온다”
편집을 하려면 ‘주체적인 관점’이 있어야 한다. 내 관점이 존재해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관점 또한 생기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관점의 원래 의미는 ‘원근법’이라는 단어”라며 “‘원근법’은 소실점을 기준으로 공간의 모든 좌표들을 객관적으로 정리한다. 주관성은 객관성을 전제로 하고 객관성은 주관성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편집을 이끌어내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김 작가는 그 동기를 ‘재미’에서 찾았다. 똑같은 빗자루도 아이들의 경우 빗자루로 칼싸움을 하고 ‘해리포터’에서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김 작가는 “심리학적으로 재미와 창의성은 동의어”라며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재미’에 있다”고 말했다.
창조적 능력이란 내가 얼마나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김 작가는 “결국 내가 추구하는 재미도 사회적인 피드백을 받아야 유지가 되는 것”이라며 “창조적 삶이란 창조적 능력이 지속가능한 재미와 의미가 교차되는 오늘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