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 2016]김정운 "초지능 사회에서 '창조=편집'"

특별강연3. '초지능 사회, 창조의 심리학'
"창조란 기존의 것을 재구성한 결과물"
'웹'에서 '앱'으로의 전환…편집기능 강화
"'주체적인 관점' 가지고 편집해야"
  • 등록 2016-06-15 오후 5:30:44

    수정 2016-06-15 오후 5:56:17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김정운 문화심리학자가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WSF)’에서 ‘초지능 사회, 창조의 심리학’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창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다. 그는 단순히 능력있는 CEO를 넘어 세계 IT계를 주도한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잡스의 ‘혁신적인 창조’는 어디서 나왔을까. 바로 ‘편집’이다. 잡스는 아이폰을 만들 당시 자사의 디자이너들에게 “소니라면 스마트폰을 어떻게 만들건지 디자인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작가 겸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이 초지능 사회에서 ‘창조는 곧 편집’이라는 독특한 발상을 내놨다. 김 작가는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WSF)에서 ‘초지능 사회, 창조의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며 국내서 처음으로 ‘휴테크’를 제안한 바 있는 김 작가는 이날 강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조와 인공지능(AI)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창조적일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창조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역설했다.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편집”

김 작가는 창조란 기존에 있던 것들을 구성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한 것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세계적인 지휘자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위대한 이유도 ‘편집의 힘’에서 찾았다. 그는 1967년 다양한 영화적 기법을 동원해 클래식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최초의 뮤직 비디오로 알려진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10년 앞서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든 셈이다.

김 작가는 “카라얀은 청각과 시각을 편집해 낸 최초의 뮤직비디오 제작자”라며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라고 강조했다.

창조적 능력을 발휘하는데 가장 방해되는건 ‘열등감’이다. 김 작가는 “‘저 사람은 천재고 나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이미 천재가 아닌 것”이라며 “한 포털사이트의 정의에 의하면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특성’이라고 나온다. 생각한다는 건 결국 어디서 봤던걸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기존에 있던 것도 새롭게 느끼게 한다면 그게 곧 ‘창의적’이라는 얘기다.

◇21세기의 ‘낯설게 하기’

단순히 ‘시상식’이라고 써 있던 사진도 ‘아주 난감한’ 시상식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달리 보인다. 김 작가는 “보는 방식이 달라지는게 창의성의 시작”이라며 에디톨로지(editology) 개념을 제시했다. 지식은 ‘자극’ ‘정보’ ‘지식’의 3단계로 구성된다는 새로운 개념이다. 김 작가는 “새로운 지식은 곧 정보의 편집”이라며 “기업의 경우도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만 운영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최근 ‘웹(Web)’에서 ‘앱’(App)으로의 전환이 이뤄진 것도 편집의 맥락에서 설명했다. 웹이 검색의 시대라면 앱은 편집의 시대라는 것이다. 대부분 인터넷 상에서 뉴스를 볼 때 포털사이트의 첫 화면에 나오는 뉴스들을 클릭하게 된다. 하지만 앱을 사용하면 내가 원하는 뉴스를 편집해서 볼 수 있다. 김 작가는 “플립보드(flipboard)라는 앱을 즐겨 사용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뉴스만 모아놨다”며 “내가 보는 세상이 다른 사람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창조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온다”

편집을 하려면 ‘주체적인 관점’이 있어야 한다. 내 관점이 존재해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관점 또한 생기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관점의 원래 의미는 ‘원근법’이라는 단어”라며 “‘원근법’은 소실점을 기준으로 공간의 모든 좌표들을 객관적으로 정리한다. 주관성은 객관성을 전제로 하고 객관성은 주관성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편집을 이끌어내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김 작가는 그 동기를 ‘재미’에서 찾았다. 똑같은 빗자루도 아이들의 경우 빗자루로 칼싸움을 하고 ‘해리포터’에서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김 작가는 “심리학적으로 재미와 창의성은 동의어”라며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재미’에 있다”고 말했다.

창조적 능력이란 내가 얼마나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김 작가는 “결국 내가 추구하는 재미도 사회적인 피드백을 받아야 유지가 되는 것”이라며 “창조적 삶이란 창조적 능력이 지속가능한 재미와 의미가 교차되는 오늘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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