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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세월호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주변 소극장 및 극단 관계자들의 말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공공장소 기피증’으로 확산되면서 공연계 후폭풍이 심상찮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대형 공연장보다 소극장이다. 장소가 협소하고 지하인 데다, 밀폐된 공간에 환기까지 잘 안되다 보니 관객 발길이 뚝 끊겼다. 일부 열악한 소극장이나 극단 단체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10일 서울연극협회에 따르면 메르스 공포로 대학로 내 유동인구가 크게 줄면서 관객 수가 반토막이 났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S병원에 확진환자가 입원 중이라는 괴담이 돌면서 상황은 더욱 안좋아졌다.
이어 “공연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관객이 평균 40% 정도 줄었다. 대학로 소극장의 하루 관객이 어림 잡아 1만5000여명에 이르는데 6000명의 관객이 사라진 셈”이라며 “상대적으로 홍보가 취약한 작품은 개막을 앞두고 공연을 취소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공연예술센터 측도 “지난주 아르코 대극장과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작품 가운데 327명이 예매를 취소했다”면서 “다만 원인이 메르스 여파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워했다.
A공연 담당자는 “세월호 때는 추모에 따른 절제 분위기였다면 이번에는 건강과 직결된 문제여서 여파가 심각하다. 손세정제도 비치하고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지만 공석이 더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B극단 측도 “일부 찾던 외국인 관객은 아예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극장과 극단이 어려우니 일하는 스태프나 배우에게 영향이 미칠 것이다. 제 2,제 3의 피해가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 식당가 손님도 3분의 1 이상이 줄었다. 막걸리 전문 C식당 관계자는 “1년 전 바닥 경기를 마비시켰던 세월호 사태 악몽보다 더 힘들다.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당장 월세가 걱정이다”고 속상해했다. 혜화역 주변에 늘어서 있는 노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주변 노점 한 상인은 “아예 장사를 늦게 시작했는데 일주일새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차라리 문을 닫는 게 수지타산에 맞을 것”이라며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피해를 받는 건 결국 영세업자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