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밀착 사우디 앞장서 추가 감산…인플레·신냉전 심화 우려

산유국, SVB 사태 이후 수요 둔화 우려에 감산 결정
러시아까지 합하면 7월부터 하루 공급량 166만배럴↓
각국 중앙은행 혼란 불가피…미-사우디 갈등 고조
  • 등록 2023-04-03 오후 7:47:07

    수정 2023-04-10 오후 4:32:59

[이데일리 장영은 김상윤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 OPEC플러스(+)가 다음달부터 추가 감산에 들어간다. 연말에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물가 상승세가 다시 뛸 공산이 크다. 최근 중국·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가 이번 감산을 주도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추긴 셈이 돼 신냉전 구도의 갈등도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AFP)
“수요 둔화 대비” 산유국 깜짝 감산에 국제유가 급등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의 주요 산유국들은 이날 시장 안정을 위해 5월부터 연말까지 하루 약 116만배럴의 감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감산은 지난해 10월 OPEC+ 회의에서 결정한 기존 감산 정책과는 별도로 총 감산 규모는 전 세계 수요의 3.7% 정도다.

OPEC+를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가 앞장서서 산유량을 하루 50만배럴 줄이기로 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인 감산은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예방적으로 단행됐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은행(SVB)발 금융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원유수요가 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처라는 설명이다.

이라크는 하루 생산량을 21만1000배럴, 아랍에미리트(UAE)는 14만4000배럴, 쿠웨이트는 12만8000배럴, 카자흐스탄도 7만8000배럴, 알제리는 4만8000배럴, 오만은 4만배럴 감산에 나선다. 설비부족으로 원유 생산량이 충분치 않은 국가들은 이번 감축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서방의 가격 상한제 도입에 따라 3~6월 일방적으로 하루 50만배럴 감산에 들어간 러시아는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까지 합치면 오는 7월부터 원유 공급량은 종전에 예상한 것보다 하루 166만배럴 줄어드는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해변 도시 제다의 왕궁에 도착해 전용 리무진에서 내린 이후 마중 나온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유가 상승 반전에 인플레 공포↑…미-사우디 긴장 고조 불가피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세를 견인하던 에너지 가격이 다시 급등세를 보일 경우 인플레이션 심화는 불 보듯 뻔하다. 지난달 유가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로 15개월 만에 최저치인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날 추가 감산소식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장중 한때 8% 오른 배럴당 81.58달러까지 치솟았고, 브렌트유 역시 장중 배럴당 86.44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산 조치로 브렌트유 가격이 연말까지 최고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마지막을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골드만삭스는 OPEC+의 추가 감산 결정 이후 원유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선물 전망치를 올해 말 배럴당 90달러에서 95달러로 높였다. 내년 말에는 배럴당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다니엘 하인스 수석 원자재 전략가도 “이번 조치는 OPEC+가 유가 방어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연말까지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확실히 커졌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감산 발표가 세계 경제에 새로운 인플레이션 충격을 줬다”며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됐다”고 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5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은 OPEC+가 추가 감산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 31일 48.4%에서 2일 기준 56.6%로 높아졌다.

미국과 사우디의 긴장감도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물가 진정 등을 현 정부의 경제적 성과로 자평하며 차기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재고 있는 시기에 사우디가 대규모 감산을 주도하면서 미국의 뒤통수를 때린 모양새가 됐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감축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본다”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석유 생산자들과 계속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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