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간부들에게 전한 이 메시지는 현재 레고랜드발(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로 채권 시장 자금 경색이 심화하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이에 발맞춰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PF 대출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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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감독총괄국 주관하에 각 업권별 부동산 PF 대출 현황 파악에 전방위적으로 나섰다. 지난 2014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호전되면서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급증한 가운데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 대내외 악재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부동산 PF 대출을 우량 사업장과 비우량 사업장의 투 트랙으로 나눠 점검을 진행 중이다. 즉 비우량 사업자의 신용 리스크 점검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량 사업장에 유동성 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문제까지 살피고 있다는 의미다.
당국은 이미 업권별로 담당자들을 불러 부동산 PF 대출 현황과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이번 점검은 이달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PF는 지난 2014년부터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부동산 PF 잔액은 2013년 말 35조200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 기준 112조2000억원까지 급증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연체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의 경우 매일 관련 리스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4.7%로, 지난해 말(3.7%)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 2019년 말(1.3%)과 비교하면 세 배 넘게 커졌다.
또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 기준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43조3000억원으로 가장 큰 보험사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저축은행 등 여타 2금융권에 대해서도 자산 건전성 분류와 충당금 적립 현황 등을 면밀히 파악 중이다.
다만 저축은행의 경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각종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당시처럼 부실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1.8%로 증권사 다음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2011년에 비해선 많이 낮은 수준”이라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연쇄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신용공여 총액 비율 20% 등의 규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때와 같은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저축은행은 신용공여총액의 20%, 증권사는 투자 자기자본의 30%, 여신전문금융사는 여신성 자산의 30%까지 부동산 PF 대출한도가 정해져 있다.
이달 말 점검 마무리…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마련
금융당국의 이번 부동산 PF 대출 실태 점검은 지난 23일 정부와 한국은행이 ‘비상 거시경제 금융 회의’ 직후 발표한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을 골자로 하는 자금 시장 안정 방안의 사전 실무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가 가동하기로 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비우량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 보증 의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점검을 마무리하는 대로 최상부터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금융사들에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우량한 업체에 대해선 적극적인 대출을 시행하도록 독려하는 등 추가적인 지원 대책도 강구할 방침이다. 반면 금융권 지원에도 회생이 불가할 것으로 판단되면 사업장 정리 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