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별 1호 발사 30년, 누리호로 결실”

[인터뷰] 조황희 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장
“후속 우주세대 위한 유산 남겨…韓 고유 수단 생겨”
2차 성공으로 37만개 부품 품질 보장…선도국 기반
  • 등록 2022-06-21 오후 5:23:03

    수정 2022-06-21 오후 10:14:48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한국이 우주개발의 서막을 연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발사된 지 올해로 꼭 30년이 된다. 국가 우주개발에 뛰어든 지 한 세대 만에 독자 우주발사체 개발까지 성공해 감격스럽다.”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산 로켓 누리호 2차 발사 장면을 지켜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장
우주기술 불모지였던 한국이 우주 개발에 뛰어든 건 지난 1989년이다. 항공우주연구소(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신)로 시작할 당시 연구인원은 30여 명에 불과해 미국, 일본 등 우주 강국에 비해 인력, 예산, 역사 등이 뒤처졌다. 이를 딛고 1992년 8월 과학위성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이듬해 ‘과학 1호’와 ‘우리별 2호’를 잇달아 우주로 보내며 우주 강국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인공위성이 지구를 돈다면 로켓은 우주로 갈 길을 연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가 해외(러시아)에 의존하며 두 차례 실패를 겪은 뒤에야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던 아픔을 딛고 독자적인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조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 보다 늦게 우주개발을 시작했지만, 기술격차를 빠르게 추격해 왔고, 누리호를 통해 후속 우주세대를 위한 유산을 남겼다”며 “누리호 개발에 헌신적으로 참여한 연구진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사에서 이륙 순간과 페어링 분리 순간, 위성 궤도진입과 분리 순간을 주의 깊게 봤다. 작년 발사에서 계획보다 빨리 연소가 끝난 3단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가슴을 졸였다. 다행히 작년 발사에서 문제가 됐던 3단 산화제탱크 내부 고압헬륨탱크 이탈이 반복되지 않으면서 누리호의 진정한 성공을 확인한 기회가 됐다. 지난 발사와 달리 실제 운용되는 위성이 탑재돼 목표 궤도(700km)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조 센터장은 “누리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임무를 달성하면서 1·2차를 통해 누리호에 사용된 약 37만개 부품 품질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누리호가 우주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는 ‘씨앗’으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독자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고 국가 우주개발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세대 발사체 개발로 이어지도록 우주를 바라보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에는 300여개 기업이 참여했고 13년 동안 약 2조의 예산을 썼다”며 “총사업비의 약 80%인 1조5000억원이 산업체를 통해 집행됐는데, 독자 발사체 운용과 후속 발사체 개발을 위한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누리호는 반복 발사를 통해 위성들이 임무 수행도 도울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민간 우주시대가 도래하면서 우주가 새로운 인류 활동의 공간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누리호 발사를 기회로 우주의 안정적인 이용 능력과 자유로운 우주로의 접근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조 센터장은 “우주에 자산을 투입하는 우리 고유의 수단이 처음 생긴 것이 누리호 발사의 가장 큰 의미”라며 “저궤도 대형위성 발사, 달 착륙선 자력 발사 등 국가 우주개발 수요에 대응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리호 참여기업들이 앞으로도 국내 산업 생태계와 건강하게 성장하면서 발사 서비스 주관 기업이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 인프라로 우주를 활용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개발 환경을 조성하고 우주 외교, 전문인력양성 등 국가적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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