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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경윳값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하는 현상으로 물류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류세 인하 확대 검토뿐 아니라 유가연동제 등 실질적으로 피해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휘발윳값 2000원대에 경윳값 ‘역전 현상’도…인하율 확대 검토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7월 말까지 연장된 유류세 20% 인하 조치에서 인하율을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율 확대를 고민하는 건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경유와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지난 9일 127.86달러로 정점을 찍었다가 15일에는 99.78달러로 하락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24일 115.60달러까지 올랐다가 25일 다시 111.93달러로 내렸다.
최근 들어서는 경유 가격도 급등하면서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 가격이 2008년 7월 이후 약 14년 만에 ℓ당 2000원을 넘어서며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도 일어났다. 대(對)러 제재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부족해진 가운데, 산업용 엔진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대신 경유를 대체재로 사용하게 되며 국제 경윳값이 높아진 영향이다. 이에 경유 의존도가 높은 물류업계를 비롯해 택배업계까지 경제적 타격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 “추가 상승시 카드 없다”…업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해야”
이에 정치권과 업계 안팎에서는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국제 유가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유류세 인하율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원인 중 하나로 향후 유가가 손쓸 수 없을 만큼 더 높아졌을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 거론된다. 유류세 인하율은 법적으로 법정세율에 최대 30%까지 적용할 수 있다. 현재 교통세에 탄력세율이 적용된 점을 감안하면 법정세율을 기준으로는 기존 820원에서 약 37%(305원)까지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
최근 경윳값 급등으로 화물차를 비롯해 물류업계 전체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류세 인하정책이 경윳값 상승으로 인한 화물업계의 타격에 대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유류세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많이 붙기 때문에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경유보다는 휘발유 가격 인하 폭이 더 커지게 된다. 여기에 화물차 등에 지원되는 유가보조금이 유류세에 연동하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하면 유가보조금도 같이 삭감된다.
화물차 운전자와 중장비 기사들 등 경윳값 급등에 직접적 피해를 입는 계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원가 비용을 반영해 운임의 최저선을 정하는 유가 연동제를 마련해 화물운송 시장의 불안정을 제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시행 중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와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로, 현재는 전체 화물차 중 수출입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에만 적용된다. 그러나 전체 화물자동차 40여만대 중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벌크 시멘트는 2만6000대로, 약 7%에 불과한 상황이다.
화물업계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은 생계가 어려운 화물노동자에겐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며 “불안정한 유가 상황에서 유가와 연동해 지출되는 원가를 받을 수 있는 안전운임제를 전체 차종과 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