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사고 현장의 수색·구조 상황을 전달한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의 설명이다. 이 국장은 27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 구조대원으로 투입돼 구조활동을 펼쳤다. 그는 ‘무량판구조(슬래브+기둥)’ 형태의 붕괴 사고 현장을 보고 삼풍백화점 사고 때와 비슷하지만 수색작업은 훨씬 더 어려웠다고 했다.
지난 8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실종자 수색작업이 끝났다. 사고발생 29일 만이다. 아파트 상층부에 겹겹이 쌓인 대형 잔해물과 추가 붕괴 위험 등으로 사고 현장에서도 ‘유례없던 고난도 수색과 구조’가 24시간 펼쳐졌다. 실종자 6명은 모두 숨진 상태로 수습됐다. 이번 사고도 전형적인 ‘대형 인재(人災)’로 기록됐다.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앞으로의 피해보상과 안전진단, 철거와 재시공 여부 결정, 책임자 처벌 등에 이르기까지 후속작업이 산적해 있어 상당한 진통과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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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오후 3시 46분께 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상판 등 구조물이 무너져 내렸다. 사고 당일 하청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29일간의 수색·구조 작업에는 구조대원 등 연인원 4857명, 인명탐지견 141마리가 투입됐다. ‘낭떠러지’를 연상케 하는 위험한 환경 속에서 구조 인력은 안전줄 하나에 의지해 잔해를 일일이 손으로 치웠다.
소방대원과 함께 현장 구조활동을 펼친 인명구조견 ‘소백’의 활약이 눈길을 끌었다. ‘소백’이는 첫번째와 두번째 실종자를 발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국 최초 여성 소방본부장이자 이번 사고현장의 긴급구조통제단장인 고민자 광주소방안전본부장은 8일 저녁 수색 종료를 알리는 브리핑에서 “사고발생 29일만에 6명 모두를 구조했다”며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의 명목을 빈다”고 말하고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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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수습이 한 달 만에 마무리됐지만 피해 배·보상, 붕괴 건물 철거, 장례절차, 책임자 처벌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산업 재해 관련 배·보상 문제는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이와 별개로 피해자 가족은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2019년 5월 착공 이후 공사 관련 피해를 호소한 주변 상인들도 피해 보상, 생업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공사 안전 관리 부실, 먼지·소음 등 각종 민원을 제기했지만 서구청이 묵살했다고 주장해 후속 대응을 예고했다.
무너진 건물에 대한 철거도 국토교통부 주관 구조물 안전 진단을 거쳐 진행한다. 철거 대상 선정, 방법 등은 안전 진단 결과에 달렸다. 재시공 여부 역시 검토 대상이나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시민 추모 공간인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기로 하고 광주시, 서구 등 자치단체와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현대산업개발의 책임 있는 사과와 보상 약속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장례절차를 진행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색 종료로 붕괴 원인과 책임자 규명을 위한 수사도 본격화한다. 경찰 수사본부는 노동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등과 합동으로 붕괴사고 현장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현장 조사·확인에 착수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건물 철거를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현장 감식을 철저히 하겠다”며 “성역 없는 강도 높은 수사로 붕괴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