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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에 지난해 10월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서다. 맥주와 탁주(막걸리)에 붙는 주세만 우선 개편하기로 하면서 국산과 수입맥주 간 과세표준이 달라 조세 중립성을 훼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를 살렸다.
맥주·탁주 ‘연내’, 소주 5년 유예
조세연은 3일 서울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센터에서 ‘주류 과세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단계적 종량세 전환 방안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맥주와 막걸리는 연내 종량세로 전환하고 소주 등은 시행 시기를 5년 유예하는 등 중장기적인 전환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연구용역에 따르면 맥주를 종량세로 전환할 때 현행 주세 부담 수준인 ℓ당 840.62원을 적용하면 국내 맥주의 주세 납부세액이 1.8%, 소규모 수제맥주의 납부세액은 13.88% 감소한다. 다만 생맥주는 소비자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어 생맥주만 세율을 낮춰주는 일명 ‘호혜세’를 도입하는 방안이 나왔다. 생맥주는 대용량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병·캔 맥주보다 저렴한 가격에 출고하는 데 종량세로 바뀌면 ℓ당 세금을 매겨 결과적으로 가격이 지금보다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현행 주세 납부세액 기준(40.44원/ℓ)을 종량세로 그대로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탁주는 타 주종에 비해 교육세를 부과하지 않고 주세 및 제세금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어서 현행 세부담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데 큰 부담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올해 주세 개편에 따른 소주·맥주 등 주류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종량세 전환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이 없도록 생맥주 세율을 한시적으로 경감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환영’, 또 무산될라 ‘우려’도
주류업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연내 통과가 다시 무산될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공청회에 참석한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맥주와 막걸리 먼저 주세개편이 이뤄져야한다는 용역 결과에 환영한다”면서도 “연내 주세법 개정이 돼야 한다. 업계는 이번 정부의 결단에 사활이 달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용역 결과는 환영할 일이지만 업계는 지난 6개월간 종량세로의 주세 개편을 세 번이나 약속했다가 결렬한 정부의 태도에 신뢰를 잃었다”며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