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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채권, 금리 두배 급등·리리화 70% 급락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터키 채권을 중개하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 4개 증권사의 터키 채권 중개누적액은 지난달 말 현재 430억원으로 추정된다. 터키 채권 중개누적액은 대부분 AAA등급의 유럽투자은행(EIB), 유럽개발부흥은행(EBRD)에서 발행한 리라화 표시채권에 투자됐다. 10억원 정도만 B+등급으로 하향 조정된 터키 국채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해 중개한 것들로,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채권평가 수익률도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리라화는 작년말 기준으로 계산하면 달러당 3.79리라에서 지난달 13일 장중 7.13리라로 88%나 급락했다. 최근엔 달러 강세 둔화에 6.54리라로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연초보단 70%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리라화당 원화값도 연초 280원대에서 최근 160원중반대로 41% 넘게 하락했다. 터키 채권은 1~2년 만기 단기 채권이 주로 팔렸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금리가 10% 수준이었으나 최근엔 20% 이상으로 치솟았다. 터키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3년 만기 국채금리가 27% 수준으로 1년전(11%)보다 두 배 이상 급등한 영향 등이다.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하락했단 것을 의미한다.
터키 금융위기 장기화 가능성..채권 투자 신중 접근
터키 금융위기가 가시화된 것은 지난달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의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50%, 20%의 관세를 부과, 기존보다 두 배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리라화 가치는 13일 달러당 7리라를 넘으면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나오기 전인 9일보다 30% 가량 급락했다.
더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까 우려해 아르헨티나처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거나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의 자본유출 방어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터키가 보호중인 시리아, 이라크 난민을 볼모로 독일 등 유럽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자금 지원을 하지 않으면 난민을 유럽으로 방출할 것이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있단 분석이다.
유동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GDP대비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올 1분기 7%를 돌파했다”며 “현재 수준이라면 내년말 안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터키 채권은 EIB가 발행해 차주가 건전하다고 해도 환손실은 어쩔 수 없다”며 “채권금리 상승에 저가 매력이 높아졌으나 가격의 추가 하락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