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제약사, "회의는 짧게, 출퇴근은 현장에서"

업무시간에만 PC 작동…야근 원천 봉쇄
영업직은 거래처로 바로 출근…회사에는 보고만
스마트폰 앱으로 근로시간 스스로 관리
  • 등록 2018-07-03 오후 8:01:57

    수정 2018-07-03 오후 8:01:57

스마트폰 앱으로 주당 근무시간을 스스로 관리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연구원들이 자율적으로 업무시간을 관리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송도 사옥 전경.(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주 52시간 근무체제를 도입하면서 제약업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대부분 제약사들은 유연근무제를 도입, 직원들이 개인 여건에 따라 근무시간과 형태를 조절하는 등 제도의 취지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동참하고 있다. 영업직과 연구직 등 제약업 내 특수한 직군은 간주근로시간제나 재량근로시간제를 적용하고 있다.

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를 기준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는 300인 이상 제약사는 유한양행(000100), GC녹십자, 한미약품(128940), JW중외제약(001060) 등 총 73곳이다. JW중외제약은 업무용 PC가 오전 8시 50분부터 오후 6시 10분까지만 작동하는 등 이른바 ‘PC 오프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야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한 달 전부터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예행연습을 진행했다”며 “퇴근 전까지는 무조건 업무를 종료해야 해 회의도 1시간 이내로 간략하게 하고, 오전 10시부터 정오, 오후 2~4시는 집중근무시간으로 정해 흡연실·매점 방문 등을 자제하는 등 업무 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외근이 잦은 영업직은 대다수 제약사가 간주근로시간제를 적용한다. 이는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울 경우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일정 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제약사 영업사원은 심포지엄이나 학회, 집담회 등 주말이나 저녁에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아 간주근로시간제를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와 관련 유한양행(000100)의 영업사원은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사무실로 출근하는 한편, 나머지 요일에는 영업장소로 곧바로 출근한다. 이후 부서장에게 출근보고를 하는 형태다. 종근당의 영업직원은 원칙적으로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종근당 관계자는 “특이한 사항이 없으면 회사로 나오지 않고 현장에서 출퇴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역시 간주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한편, 제도 보완을 위해 대체휴일을 보장하면서 영업사원의 휴식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

직원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직원 스스로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간을 입력, 1주일 동안 얼마나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하루 4시간은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한편,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미팅은 사전에 시간을 조율하는 등 시간을 스스로 관리하는 문화를 정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구직은 자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재량근로시간제’ 적용이 대세다. 세포 배양이나 동물 실험 등은 시간을 정해 놓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전체 직원 중 실제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인력이 절반에 달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대부분의 연구가 1년 이상 지속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맞춰 연구원들이 자율적으로 업무시간을 관리한다”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집중근무시간으로 정해 협업이나 회의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활한 생산을 위해 인력을 충원한 제약사도 있다. GC녹십자(006280)는 최근 공장 인력 30여명을 충원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생산성·인건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 충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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