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멘트 메카'에서 '환경 지킴이'로…쌍용양회 동해공장

1968년 준공 쌍용양회 동해공장 가보니
국내 시멘트생산 5분의1 차지…'여의도 4배 면적'
폐열발전·순환자원 활용 설비에 대규모 투자
“친환경 설비투자로 자원순환사회 선도할 것”
대북 시멘트 공급 전진기지…“만반의 준비 중”
  • 등록 2019-07-23 오후 4:35:53

    수정 2019-07-23 오후 5:35:38

쌍용양회 동해공장 전경 (사진=쌍용양회 제공)
[동해=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전 세계에서 이 정도 친환경 설비와 생산량을 동시에 갖춘 시멘트공장은 동해공장이 유일합니다.”

23일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일대에 위치한 쌍용양회 동해공장. 태백산맥 주봉(主峰)을 이루고 있는 두타산 밑으로 거대한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 안내를 맡은 나근주 동해공장 관리실 부장은 “해외 시멘트업계 관계자들도 동해공장을 방문하면 잘 정비된 시설과 규모에 깜짝 놀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1968년 준공된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국내 단일 시멘트공장 중 최대 규모다. 연간 시멘트 생산 가능량은 1120만톤. 국내 전체 생산량의 5분의1로 아파트 40만 세대를 지을 수 있는 분량이다. 이 중 35%는 미국과 중국, 말레이시아,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부지 면적만 1130만㎡로 여의도 4배에 달한다.
오른쪽에 보이는 원통형 파이프가 킬른. 왼쪽은 물을 뿌리는 수냉식 냉각장치로 킬른을 냉각시키고 있다.(사진=김호준 기자)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시멘트 생산설비인 원통형의 거대한 킬른(Kiln·소성로)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킬른은 1450도의 고온으로 석회석·점토·규석·철광석 등을 가열해 덩어리로 된 시멘트 반제품 ‘클링커(clinker) ’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다. 이 킬른에서 만들어진 클링커에 석고를 첨가해 분말 형태로 분쇄하면 우리가 아는 시멘트가 탄생한다.

킬른 근처로 다가서자 후끈한 열기로 순식간에 땀이 비오듯 흘렀다. 나 부장은 “한 겨울에도 킬른 근처는 섭씨 30도에 육박한다”며 “예전에는 킬른을 수리하다가 화상을 입는 직원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로봇이 관리를 하기 때문에 안전사고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폐열발전·순환자원 활용으로 환경·경제 모두 잡아

시멘트는 제조 원가에서 전기료가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킬른을 가동하고 재료들을 분쇄·혼합하는 공정 과정에서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 동해공장은 매년 전기료로 1000억원 이상을 지출한다.

쌍용양회는 전기료 절감을 위해 2016년부터 폐열발전설비 투자에 나섰다. 폐열발전설비는 시멘트 소성 과정에서 대기로 배출되는 열원을 별도 보일러를 통해 스팀을 생산, 터빈을 가동해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다. 2년 2개월 동안 1000억원을 들여 킬른 6기에 보일러와 터빈, 냉각탑을 설치했다.

이렇게 완성된 폐열발전설비는 동해공장이 매년 사용하는 전력량 84만MWh의 33%인 28만MWh를 생산한다. 강준모 쌍용양회 환경자원팀 부장은 “폐열발전설비로 전기료 240억원 정도를 아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동해공장의 폐열발전설비는 효율면에서 다른 공장 설비보다 월등하다. 착공 이전부터 국내외 사례를 검토해 설계에 반영한 결과 정격 출력의 110%를 달성하고 있다. 강 부장은 “설비 기술 지원을 맡은 일본 가와사키사에서도 높은 효율에 깜짝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준공된 폐열발전설비. 소성공정 과정에서 배출되는 열원을 회수해 전력을 생산하고 저장한다. (사진=쌍용양회 제공)
아울러 지난해 12월부터 쌍용양회는 830억원을 투자해 동해공장과 영월공장에 폐합성수지나 폐타이어 등 순환자원을 보조연료로 활용하기 위한 시설을 짓고 있다. 이들 순환자원을 일반 소각장에서 태울 경우 불완전연소로 인해 다이옥신·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그러나 시멘트공장 킬른에서 연료로 사용하면 1450도 이상의 고온으로 완전연소가 일어나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강 부장은 “현재 폐합성수지 등 보조연료의 비중은 20%에 불과하지만 건설 중인 순환자원 시설이 완성되면 비중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순환자원을 보조연료로 활용해 연료비도 절감하고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어 1석 2조”라고 설명했다.
동해항 인근의 북평공장 전경 (사진=쌍용양회 제공)
대북 시멘트 공급 전진기지…“만반의 준비 중”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대북사업 전초기지로 활약할 준비도 마쳤다. 남북경협이 재개돼 북한 지역 인프라 건설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필요한 소재인 시멘트를 공급할 최적의 입지이기 때문이다. 쌍용양회는 이미 2002년과 2003년 북한 경수로 건설 사업에 시멘트 3만2000톤을 지원했고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와 2006년 수해 때도 각각 시멘트 1만2천톤과 5만톤을 지원했다.

아직 본격적인 대북 사업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여건만 조성되면 언제든지 대북 시멘트 공급이 가능하다. 추대영 동해공장 공장장은 “대북 시멘트 공급의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순환자원 재활용 확대를 위한 투자도 늘려 미래세대가 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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