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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31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AMI(스마트 계량기)가 설치된 아파트 11만호를 대상으로 전기요금 실태를 살펴보고 있다”며 “실태조사를 토대로 국민의 요금 부담, 누진제 개편 여부를 종합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2016년 누진제 개편의) 영향을 정밀 분석”,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기요금 특별 배려 검토” 입장을 밝힌 데 따른 조치다.
AMI는 미국·이탈리아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주로 보급된 선진국형 전자식 계량기다. 기계식 계량기가 설치된 가구의 경우 내달께 고지서가 발송되기 전까지는 정확한 전기요금을 알기 힘들다. 반면 AMI는 검침원 없이 원격검침이 가능해 소비자가 전기사용량, 예상 요금을 1시간 단위로 알 수 있다. 정부는 ‘요금 폭탄’ 고지서가 발부되기 전에 AMI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선제적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실태조사 결과 ‘요금 폭탄’이 사실이라고 해도 재원 마련이 숙제다. 앞서 한전은 2016년에 누진제 개편 당시 연간 1조2000억원 이상의 요금 지원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2016년 한전의 영업이익은 12조16억원이었다. 반면 한전은 작년 4분기 1294억원, 올해 1분기 1276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 25일 누진제 완화 여부에 대해 “한전 경영상태를 면밀히 살펴본 후에 고민을 하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누진제 개편 여부는 마지막 난제다. 올해 한시적 완화를 하더라도 현행 제도를 놔두면 내년에도 ‘요금 폭탄’ 논란이 재발할 수 있다. 전력수요에 미칠 파장을 봐야 하기 때문에 당장 폐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산업부 관계자는 “제도를 유지하면서 누진 단계를 축소하는 개편을 할 경우 요금을 더 내는 가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폐지·개편 모두 쉽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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