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뒤치락’…편의점 업계, 주류 무인판매 '최초' 신경전

6월 초 GS리테일 먼저 칼 뽑았지만
반대 여론에 주저하자 BGF리테일 1호 타이틀 차지
이마트24, 스마트냉장고형 먼저 설치하며 참전
  • 등록 2021-07-19 오후 6:30:23

    수정 2021-07-19 오후 9:20:32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무인 주류 자동판매 기계 도입을 둘러싼 대형 편의점들의 신경전이 한 달여 만에 일단락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BGF리테일과 이마트24가 종목별로 초대 타이틀을 가져갔다. 일각에서는 편의점 내 무인 주류 자판기 설치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보낸 만큼 앞으로는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사진=산업부)
이번 경쟁은 지난 6월 초 GS리테일이 쏘아 올렸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달 7일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업체인 페이즈커뮤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업계 최초’로 무인 주류 자판기 도입을 추진한다고 깜짝 공개했다. 정부가 지난 5월 말 실증특례 사업자 3곳(페이즈커뮤, 신세계I&C, 일월정밀)을 선정한 지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조치였다.

주류 자판기는 편의점 본사와 일부 가맹점주의 숙원 중 하나였다. 현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완전 무인이나 하이브리드(주간에는 유인,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 점포로 전환하면 야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주, 맥주, 와인 등 주류 판매를 고스란히 포기해야 한다. 앞으로 주류 자판기가 설치되면 이런 걱정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5곳 중 1곳은 심야에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성인 고객 역시 밤마다 문을 연 유인 편의점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무인 주류 자판기는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뿐”이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 청원란에 올라오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청원 글쓴이는 지난달 7일 “편의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니는 곳이고 특히 청소년이 방과 후 거리낌 없이 다니는 곳인데 (무인 주류 자판기를 설치해 스마트폰 앱을 통한 성인인증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부모나 지인 명의로 개통된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주류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BGF리테일)
예상보다 강한 반대 여론에 부닥치면서 GS리테일은 당초 예정했던 6월 말 설치 및 파일럿테스트(시험 운영)를 결국 강행하지 않았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GS리테일이 주저하는 틈을 파고들었다. BGF리테일은 지난 12일 신세계I&C와 손잡고 CU R설악썬밸리리조트점에 주류 자판기를 설치하고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전격적인 대역전극을 알렸다.

반대 목소리에는 “성인인증용 패스(PASS) 앱에서 지문이나 핀(Pin) 번호로 면허증 진위 및 신청자 동일인 여부가 확인돼야 등록이 가능하다. 신분증 도용 및 개인정보 유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휴대폰 내 안전 영역에 정보가 저장돼 위변조 및 탈취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BGF리테일은 지난 일주일 동안 청소년(청소년 보호법상 만 19세 미만인 사람)이 주류 자판기를 이용하다 적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신중한 입장이던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편의점 이마트24는 19일 부랴부랴 서울 성동구에 있는 본점 내 직영점에 신세계I&C과 함께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주류 무인 판매 머신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주류 자판기는 크게 일반 자판기, 스마트 냉장고 2가지 모델로 나뉘는데 AI 기반 기기로서는 이마트24가 첫 번째 사례라고 주장하며 뒤늦게 참전한 것이다. 스마트 냉장고의 경우 성인인증 후 신용카드를 삽입하고 외부에서 별도의 상품 선택 과정 없이 냉장고 안의 물건을 바로 꺼내기만 하면 AI 비젼과 머신러닝 기술에 의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CU는 이달 중 스마트 냉장고형까지 설치를 예고했는데 이마트24가 속도전으로 선수를 친 것이다.

(사진=이마트24)


계열사인 신세계I&C가 이마트24보다 BGF리테일과 더 가까운 협력관계를 연출하면서 뒷말이 나온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 계열 코리아세븐 역시 “무인 주류 판매기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후보군이 여러 군데 있는 걸로 안다”면서도 “(마케팅 포인트는)아직 구체화되진 않았다”고 했다. 다만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를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계는 유독 1호, 단독, 독점 경쟁이 치열한데 이에 대해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가맹점주협의회장은 “현장은 대체로 뜨뜻미지근한 반응인데 본사끼리 자존심 대결을 하는 거 같다”면서 “향후 관리비 등 부수비용이나 도난·파손 등 안전문제 등을 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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