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넥신과 툴젠이 합병을 결정하고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유석(왼쪽부터) 제넥신 대표, 성영철 제넥신 설립자, 김진수 툴젠 설립자, 김종문 툴젠 대표.(사진=제넥신 제공) |
|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국내 바이오벤처 업계에서 ‘빅딜’이 성사됐다. 면역치료제 개발 전문 바이오벤처
제넥신(095700)은 유전자편집 기술 전문 툴젠을 합병한다고 19일 밝혔다. 합병 후 두 회사는 ‘툴제넥신’(ToolGenexine)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나게 된다.
제넥신은 1999년 성영철 포항공대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설립했다. 성 회장은 2006년 제넥신에 합류한 서유석 대표에게 CEO 자리를 맡기고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제넥신은 자체 개발한 항체융합단백질(hyFc)과 DNA치료백신을 원천기술로 다양한 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hyFC를 이용하면 약물 농도를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 그러면 한 번 치료로 더 오래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제넥신은 hyFc기술을 이용한 면역항암제 ‘하이루킨-7’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속형 성장호르몬 신약은 올해 4분기에 임상3상 신청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특정 항원 유전자와 면역증강 유전자를 발현시켜 면역체계를 강하게 만드는 DNA 치료백신은 현재 자궁경부암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툴젠은 김진수 서울대 교수 1999년 서울대 교수 임용 전 설립한 회사로 유전자 교정기술이 경쟁력이다. 툴젠은 현존하는 1, 2, 3 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핑거, 탈렌, 크리스퍼의 원천기술을 모두 직접 개발했다.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수십~100여만원이면 쓸 수 있을 정도로 가격기 싸고 더 정교해 관련 응용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들 두 회사의 합병은 놀라운 일이지만 아이템만 보면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제넥신 입장에서는 유전자, 단백질 등을 변형할 때 유전자가위를 이용할 수 있고, 툴젠 입장에서는 유전자가위라는 도구의 활용범위를 더 넓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면역치료제와 유전자백신기술에 유전자 교정기술을 융합해 차세대 블록버스터인 유니버셜 CAR-T 같은 면역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툴젠 관계자는 “양 측의 연구진이 서로의 기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를 낼 분야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찾게 될 것”이라며 “R&D전략위원회를 설치해 연구개발역량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D 전략위원회는 이사회 직속으로 설치되며 미래신기술 창출, 차세대 파이프라인 구축, 신규사업 기획 등을 맡게 된다. 이 R&D전략위원회는 미국 바이오벤처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암젠을 벤치마킹했다. 암젠은 항체생산업체로 설립했지만 적극적인 차세대 기술기업을 인수합병해 지난해 1289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툴제넥신의 등장이 국내 바이오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그 회사는 각각의 영역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곳으로 인정받고 있었다”며 “연구 분야가 서로 겹치지 않지만 둘을 합치면 시너지가 나기 때문에 앞으로의 움직임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런 완전한 합병이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없었다”며 “툴젠의 유전자교정 기술이 제넥신의 면역항암제 개발 역량과 잘 어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