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들, 당 초월해 한 목소리…“잔인하고 비도덕적인 정책”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부인 로잘린 카터는 18일(현지시간) 카터 센터에서 연설을 통해 “멕시코 국경에서 아이들을 부모와 강제로 격리시키는 이 정책은 우리 미국에 대한 모독이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카터 여사는 지난 1970년대 후반 퍼스트레이디 시절 태국의 캄보디아 난민 수용소를 방문했던 사례를 들며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라고 말했다.
로잘린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로라 부시, 미셸 오바마 등 전 퍼스트레이디들도 잘못된 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힐러리는 이달 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다른 많은 사람이 그렇듯 나도 지금 정부의 형편없는 정책으로 아이와 가족들이 생이별하게 되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비통하다”며 “한 명의 엄마와 한 명의 할머니로서 이것은 매우 끔찍한 소식”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 관여 않겠다던 멜라니아마저 “가슴으로 통치해라”
현직 퍼스트레이디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정치적 발언을 꺼렸던 멜라니아는 남편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처음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아내까지 비난했지만…‘요지부동’ 트럼프
전·현직 퍼스트레이디들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부터 추진하고 있는 무관용 정책 때문이다. 무관용 정책은 미 남서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모든 밀입국자를 기소하고 아이들은 법률에 따라 부모와 격리하는 정책을 말한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지난달 7일 “(미국) 남서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모든 사람을 기소하고, 어린아이를 밀입국시킨 자도 기소하고 아이들은 법에 따라 부모와 격리하라”고 지시했다.
과거 아이와 함께 밀입국하다 체포된 부모의 경우 일단 석방해 추방 절차를 밟았지만, 새로운 무관용 정책으로 밀입국자 전원을 체포해 연방법원에 기소하는 정책으로 바뀐 것이다. 이 경우 부모가 처벌을 밟는 동안 자녀가 격리돼 미 정부가 운영하는 수용소에서 지내게 된다. 국토안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19일부터 5월31일까지 불법으로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다 붙잡힌 성인들로부터 격리돼 보호 시설에 있는 아동은 2000명에 달하고 있다.
비인도적이라는 비난이 각계각층은 물론 퍼스트레이디들로부터도 쏟아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미국은 난민 수용시설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경 남부에서 역사적인 수준의 범죄가 일어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또 이민 문제를 야당인 민주당의 탓으로 돌리며 이민법 개정에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이것은 국경 보안과 범죄에 약하고 무력한 민주당의 잘못”이라면서 “법을 바꾸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