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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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하면서 청와대도 반 전 총장이 몰고 올 정치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반 전 총장이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사실상 붕괴한 보수층 결집을 끌어낼 그릇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보수층 결집이 탄핵여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간 탄핵정국을 최대한 장기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반 전 총장 등 여권 유력 주자들과 향후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기 위한 정치적 빅딜을 시도하기 위한 행보라는 전망이 많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출범으로 보수층이 꿈틀거렸다면 반 전 총장의 등장은 보수층을 급속도로 결집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청와대로서는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반 전 총장이 박 대통령과의 선 긋기 이상의 적대적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다. 이미 반 총장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교협회(CFR)가 주최한 초청간담회에서 “한국 국민은 올바른 통치구조가 무너진 것에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보낸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해 우회적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당분간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판은 삼갈 것”이라며 “향후 헌재의 탄핵심판 등을 봐가며 관계설정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봤다.
헌재가 탄핵심판에 속내를 내고 특별검사의 뇌물죄 및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코너에 몰린 박 대통령이 추가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직접 해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세월호 7시간’ 답변서를 사실상 퇴짜놓으면서 불리하게 전개되는 여론을 반 전 총장의 등장과 결부해 되돌리고 더 나아가 지지층을 결집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기각 여론이 30% 이상을 넘기면 헌재도 쉽게 인용 결정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이 귀국하는 지금부터가 여론전을 펼 적기”라고 봤다.
직무 정지 중인 박 대통령의 기자간담회는 주말에만 가능한 만큼 14~15일 또는 21~22일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로선 설 명절 직전 주말인 22일이 유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방적 주장이나 정치공세, 언론보도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반박에 나설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변론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헌재와 특검이 속도전에 나선 만큼 박 대통령도 여론전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설 민심이 향후 여론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치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