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제 국회 재의결까지는 넘어야 산이 적지 않다. 우선 국회로부터 5일쯤 개정안을 송부 받을 박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당장 당청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고 국회에서 재의결이 이뤄지면 레임덕을 감수해야 한다. 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놓여 있다. 야당의 도움이 절실한 마당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올해 야당에게서 더 이상 협조를 구할 수 없게 된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정, 유 원내대표 승부수는?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재의결하는 절차를 밟는다. 국회 재적의원(298명)의 과반수(150명)가 출석해 무기명 비밀투표로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개정안은 법률로 확정된다. 다만 재의결하려면 여야 간에 안건상정을 합의해야 한다.
야당은 재의결에 나설 것으로 보여 안건 상정은 여당 내부 기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개정안에 비판적인 친박계는 안건상정 자체를 무산시켜 재의결 자체를 봉쇄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2일에도 국회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당 지도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태흠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이런 논란을 가져온 부분과 졸속 합의해준 부분에 대해 반드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포함해 책임지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유 원내대표는 1일에 이어 2일에도 공개적인 언급을 삼갔다. 유 원내대표는 “나중에 입장을 밝힐 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법 개정안, 새누리당 의원 발의안과 대동소이
이번에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입법 통제 법률안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법안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이 마비될 것이라고 했지만 국회개혁자문위원회 권고안이나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에 비하면 행정입법 통제장치를 강화한 것이 거의 없다.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현행 국회법에서 ‘대통령령·총리령·부령에서 고시까지 포함한 행정입법’으로, ‘통보할 수 있다’는 것에서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로 바뀐 정도다. 이는 지난 2013년 10월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과 대동소이하다. 윤 의원 개정안은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2항 단서에 따른 고시를 추가하고 통보를 시정 요구로 수정했다. 정의화 국회의장, 정우택 정무위원장, 이한성 안홍준 조원진 이노근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개정안, 현행 국회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이춘석 민병두 김영록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특별한 사유에 따라 대통령령 등에 대한 수정·변경이 어려운 때에는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거나 훈령·예규·고시 등이 제·개정, 폐지된 경우 20일 이내에 상임위원회에 제출하고 상임위가 아닌 의원이 5인 이상이나 3인 이상의 연서로 상임위에서 검토할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상임위 시정요구를 받은 중앙행정기관장이 3개월 내에 처리결과를 보고하지 않을 경우 본회의에 부의해 효력을 상실하게 하거나 행정입법을 제·개정할 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입법 예고하고 법률 위반 또는 취지에 반할 경우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야당 발의 법률안과 비교하면 개정안은 현행 국회법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사실상 국회법 개정안이 여당 발의안을 기초로 만들어진 만큼 새누리당 내 중간지대 의원들의 생각에 따라 재의결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다른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이) 과해보이지 않는데 (박 대통령이 저러시니) 모르겠다. 정부가 법률 취지에 안 맞게 엉뚱하게 시행령을 만드는 것은 재량권을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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