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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월가(街)가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을 떠나 플로리다주(州)에 새 둥지를 트고 있다. 급기야 월가의 간판격인 골드만삭스까지 핵심 조직을 플로리다로 보내기로 하면서 월가의 플로리다행(行) 대열에 몸을 실었다. 골드만이 월가에 미치는 파급력을 감안하면 플로리다가 ‘제2의 월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코로나19가 바꾼 美금융권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뉴욕에 본부를 둔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자산운용 사업부를 플로리다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골드만은 마이애미 인근 포트로더데일이나 팜비치카운티를 새 사무실 후보군에 올려 놓고 둘러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운용 사업부는 연 매출이 약 80억달러(약 8조66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골드만 내에서도 비중이 큰 파트다. 그럼에도, 골드만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데에는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과정에서 배운 ‘원격근무’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굳이 한 건물을 모여 있지 않아도 업무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굴러가자 큰 고민 없이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은퇴자를 비롯한 부유층 유입이 많은 폴로리다가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중개업자인 벤 브리드랜드는 “인생 대부분을 동북부에서 산 뒤 플로리다 등 남부로 이동하는 인구층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플로리다주는 뉴욕과 달리 개인소득세·자본이득세 등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유층으로선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는 곳이다. 뉴욕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온화한 기후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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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금융허브’ 명성 금가나
앞서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컨도 올해 상반기 자신의 투자회사를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옮겼으며,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 폴 튜더 존스, 데이비드 테퍼 등도 플로리다행에 동참했다.
일각에선 월가 금융사의 이전 배경에는 맨해튼 지역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뉴욕의 ‘금융허브’ 지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스톤과 헤지펀드인 시타델도 플로리다주에서 거점을 확대해왔다며 월가의 간판인 골드만마져 플로리다에 새 ‘둥지’를 틀 경우 뉴욕의 명성은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