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농협은행을 상대로 이달 중 공동검사를 벌인다. 농협은행이 금감원의 검사를 받는 건 2014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표면적으로는 정해진 일정에 따른 정기검사 성격이 짙지만 농협의 기업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농협은행이 대출해 준 기업이 잇따라 부실에 빠지면서 부실채권이 급증한 만큼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31일 “한국은행의 요청으로 금감원과 한은이 농협은행에 대해 공동검사를 벌인다”며 “농협은행의 경영실태 전반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농협은행의 기업 부실채권이 많이 늘었는데 여신 관리 시스템도 점검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진웅섭 금감원장이 최근 은행들의 악화된 건전성을 문제 삼으며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정리하라고 강하게 경고한 만큼 이번 검사가 농협은행의 기업 대출 관행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될 것으로 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4조 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 4000억원 급증했다. 전체 대출에서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2.27%로 같은 기간 0.65%포인트 증가했다.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시중은행(1.13%)의 두 배 이상이다.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 여신은 연체기간이 3개월을 넘겨 은행이 떼일 우려가 큰 대출을 의미한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모두 부실채권 비율을 낮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농협은행의 부실채권이 급증한 건 농협은행이 돈을 빌려준 대기업들이 잇따라 부실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부실에 빠진 STX조선해양에 대해 대출해 준 금액은 1조 5000억원(선수환급금보증 포함)에 이른다. 이에 따라 STX조선 5900억원을 비롯해 리솜리조트(514억원), 대우조선해양(319억원), 성동조선해양(259억원) 등 대손충당금으로만 1조 3000여억원을 쌓은 상태다.
감독당국은 지난해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부실채권이 급증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부실대출 비율이 5.68%로 금융권 통틀어 가장 높았고 수출입은행(3.24%)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이 구조조정을 전담하면서 기업 부실을 떠안긴 했지만 부실채권 비율이 5%를 넘어선 건 감독당국도 상당히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