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지난해 5월 착공한 충남 대산 CNT 4공장은 당초 내년 1분기 가동 예정이었으나 최근 건설이 중단되면서 준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LG화학이 증설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 전기차 보급 둔화 우려와 함께 시장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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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051910)은 품질을 앞세워 글로벌 CNT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에 나섰다. 업계는 글로벌 CNT 수요가 2022년 1만4000톤(t)에서 2030년 9만5000t으로 연평균 30%가량 고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용 CNT 시장은 2030년 3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됐다.
하지만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지면서 관련 소재인 CNT 수요 증가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술 면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글로벌 CNT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LG화학은 압도적 국내 1위 CNT 생산 업체지만 중국 내 상위 업체들은 LG화학보다 더 큰 생산 규모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국내 CNT 생산 업체인 금호석유화학은 아직 규모 면에서 밀린다. 금호석유화학은 연 120t이던 아산 공장을 여수 율촌산단으로 이전하고 생산 규모를 연 360t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요 둔화-공급 과잉 ‘이중고’에 구조조정 난항
이처럼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마저 중국에 위협당하면서 사업 재편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LG화학과 롯데케미칼(011170), SK이노베이션(096770) 등 국내 대형 석유화학업체들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하며 이익을 내왔다. 이러한 사이클 경영이 가능했던 이유는 중국이라는 거대 수요시장이 버텨줬던 덕분이다.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라는 이중고 속 당장 올해 3분기에도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 전망은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은 3분기 매출 12조8027억원, 영업이익 601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13조4948억원) 대비 5.1% 감소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LG에너지솔루션의 연결 잠정실적(4483억원)을 제외하면 1532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실적은 매출 5조3324억원, 영업손실 902억원으로 4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사업 재편과 더불어 우리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소재를 중심으로 기술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동원 해외경제연구소 산업경제팀 선임연구원은 “우리 석유화학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지 못하는 한 범용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기술력을 따라 잡힐 수 있다”며 “기술력을 계속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영구적인 과제”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