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장관 "장애인 연극에 눈물…관광·콘텐츠 피해 마음 아파"

장관 취임 100일 맞아 기자간담회 개최
문체부 현안 해결 위한 노력 집중적으로 설명
"무거운 어깨…빈틈없는 안목으로 계획 추진"
  • 등록 2017-09-26 오후 4:29:40

    수정 2017-09-26 오후 7:11:46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시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주 전 장애인들이 하는 연극을 보러 갔다. 지난 몇 년간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원을 받지 못하다 이번에 다시 무대에 서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장애인에게까지 블랙리스트를 적용한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임 100일을 맞이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 중 하나로 최근 장애인 연극을 관람한 일을 꼽았다.

26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도 장관은 “시각장애인 배우가 동선을 숙지해 무대 위를 이동하며 대사를 하는 걸 보며 눈물이 났다”며 “이들이 겪은 블랙리스트와 같은 차별과 배제, 감시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했다”고 말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관광업계와 콘텐츠 분야가 입고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도 장관은 “정치·군사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하는 사안이라 지금 당장 문제 해결을 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한계와 여건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평창 올림픽 불안 해소 앞장설 것”

이날 도 장관은 그동안 문체부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한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논단 사태의 중심에 있엇던 문체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강력한 조직 쇄신과 혁신 요구가 이어졌다. 블랙리스트로 상처를 입은 문화예술계와의 신뢰 회복과 문화예술 정책 개선,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 중국 정부의 ‘한한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광업계와 콘텐츠 분야에 대한 지원 등 여러 가지 현안을 안고 있다.

가장 시급한 사안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이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안전을 이유로 올림픽 불참 선언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프랑스·오스트리아·독일 등이 평창 동계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도 장관은 “노태강 2차관을 현지에 보내 선수들의 안전 보장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고 수습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참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면서 “외교부와의 협력을 통해 해외 대사관 또는 공관장이 올림픽 참가국의 체육 관련 부처 장관을 만나 불안을 해소하고 평창동계올림픽을 더욱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정원 개혁위원회를 통해 실체가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조사가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 장관은 “지난주 법무부에서 검사 한 명을 파견 받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와 함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어느 정도 증원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극단 등 현재 공석인 문화예술 기관장 자리에 대해서는 “전문성·실무 능력·지도력·인품 등을 기준으로 적임자를 찾고 있으나 여러 절차가 있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면서 “추석이 지나면 각 기관을 이끌어갈 책임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업계·콘텐츠 분야 피해 대책 마련”

관광업계와 콘텐츠 업계는 문체부를 비롯한 현 정부가 관광과 콘텐츠를 다른 분야보다 소홀하게 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음달 출범 예정인 ‘국가관광전략회의’가 대통령 주재 방식이 아닌 국무총리 주재 형태로 열리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도 장관은 “관광업계와 콘텐츠 분야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각 업계가 입고 있는 피해 현황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도 장관은 “어린아이는 100일이 지나야 눈이 보이고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며 장관 취임 이후의 시간을 돌아봤다. 또한 “많은 일을 하면서 석 달 열흘이 지나갔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석 달 열흘, 나아가 1년이 어떨지 생각하면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지 모른다”면서도 “빈틈없는 안목으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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