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유화학 업계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밝힌 철강·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이같이 꼬집었다. 공급과잉 품목을 줄여야 하지만 정부 대책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밝힌 공급과잉 업종에 대한 다이어트 진단·방식·효과에 문제가 있고 부작용까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엇갈린 진단 “군살 많다” Vs “수차례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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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 측은 “이미 다이어트를 많이 해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했다.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이미 올해 생산량을 10~30% 줄이는 등 감산 노력을 해온 상황이다.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003240) 등은 생산라인 가동 정지와 생산량 감축 등으로 연간 생산량을 총 110만t 줄인 상태다. 롯데케미칼(011170)과 효성(004800)은 TPA를 자체적으로 쓰고 있어 중국발 공급과잉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도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응해 수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정해 왔다. 매각 대상으로 지목된 후판의 경우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등이 1200만t의 연간 생산능력을 보유했지만 900만t만 생산하는 등 자체적인 감산을 해왔다. A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소고기(중국산 철강)가 들어오고 있으니 한우 농가(국내 철강)는 자율적으로 문을 닫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자율이냐 강제냐..“사회주의 국가도 아닌데…”
사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선진국 선례와도 맞지 않다. 남장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은 기업 스스로 자발적인 사업재편에 나선다. 삼성이 화학 부문을 롯데와 한화에 자율적으로 매각한 선례도 있다”면서 “우리가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데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할 경우 사업재편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철강 업계는 정부 방침에 따라 후판 설비 등을 줄였다가 경기가 회복됐을 때 중국에 시장을 뺏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C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생산설비를 줄이는 것은 오히려 시장 지배력이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부는 “작은 환부라도 이를 방치하면 큰 병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업계에서는 “정부가 병을 키운다”는 얘기가 나오는 셈이다.
“어정쩡한 정부..구조조정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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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가 어정쩡한 입장으로 나갈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민간에 맡기지도 않고 주도적으로 끌고 가지도 않는 어정쩡한 상태로 가면 구조조정은 실패하고 시기를 놓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할 경우를 예상해 플랜 B까지 염두에 놓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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