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서울시에서 시민들의 세금으로 특정 은행에 대한 영업을 대신 해주는 것 같네요. 세금은 세금대로 쓰고, 시민은 오히려 이용이 불편해졌어요.”
최근 서울시에서 발행하는 지역 상품권인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하려던 30대 이모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이전에는 현금으로만 구매를 할 수 있던 상품권을 앞으로는 신용카드로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에 관련 앱을 설치했지만 결제는 특정회사 카드만 가능해 선택권이 제한되서다.
|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제로페이 QR코드가 설치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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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결제 할 수 있는 앱을 바꾸면서 연일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는 앱을 기존 23개 앱에서 신한·카카오·티머니 등 4개 금융회사 앱으로 제한하면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결제를 위해서는 이들 은행을 이용하거나, 오픈뱅킹에 동의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각게엇ㄴ 세금으로 특정업체를 배불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사랑상품권 사업자를 한국결제진흥원에서 신한·카카오·티머니 등 4개사 컨소시엄으로 교체했다. 이에 따라 제로페이 등 23개 결제앱에서 판매하던 상품권은 24일부터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카카오페이, 티머니 등 4개 대형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7개 앱에서만 결제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상품권을 구매하기 위해 4개사의 결제앱을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은 휴대전화 인증 등 새로운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또 구매계좌를 등록해야 상품권 별 구입 한도를 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4개사를 이용하지 않는 이용자들은 신한카드 오픈뱅킹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32)씨는 “오픈뱅킹을 사실상 필수조건으로 넣은 것과 다름없다”며 “왜 세금으로 발행하는 상품권을 사는데 대기업에 개인정보를 줘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상품권을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앱이 갑자기 멈추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30대 주부 최정희 씨는 “온누리상품권과 다른지역도 다 같이 사용가능한 앱을 두고 왜 번거롭게 다시 가입을 시키는지 모르겠다”며 “가입하는데만 3시간 가량 걸리고, 첫날은 결제를 2번이나 했는데 오류가 떠서 구매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6일 플레이스토어 등에는 서울페이+ 앱의 평가에 “신분증 인식을 못한다”, “앱이 느리다” 등의 불만사항이 담긴 댓글이 수백개 이어졌다.
서울시 측은 신한컨소시엄과 상품권 발행 수수료를 1.1%에서 0.6%로 낮추는 형태로 계약해 연간 80억원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를 얻게 됐다며 상품권 발행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더욱 고도화하고 편의성을 높이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