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드라기 총리' 카드…유로존 이어 이탈리아도 살릴까

마타렐라 대통령, 드라기와 3일 만날 듯…총리 지명 사실상 확정
8년간 ECB 총재 지낸 무게감…일부 거부감·조기총선 요구 변수
  • 등록 2021-02-03 오후 2:48:26

    수정 2021-02-03 오후 9:29:30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연립정부 붕괴발(發) 이탈리아 정국혼란이 3주를 넘어가며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힘을 받는 가운데 수습의 물꼬를 트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을 지낸 거물급 인사 마리오 드라기(74·사진) 투입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명망가를 앞세워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게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구상이지만 일부 정당은 여전히 조기총선을 대안으로 밀고 있어 이른바 ‘드라기 총리 카드’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기존 연정 정당인 반체제정당 ‘오성운동’(M5S)과 중도좌파 성향 ‘민주당’(PD), 중도 정당 ‘생동하는 이탈리아’(IV) 등 3당은 시한인 2일 저녁까지 재결합을 위한 협상에 나섰으나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코로나19 대응 등 주요 정책 및 내각 장관직 배분 등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총리직에서 사퇴한 뒤 협상을 지켜보던 주세페 콘테의 행정수반 역할도 2년 반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콘테는 내심 핵심 지지그룹인 오성운동·민주당을 발판삼아 총리직 복귀를 바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마타렐라 대통령의 다음 선택은 드라기 카드가 될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전망이다.

그는 이날 대국민연설에서 “재결합 협상은 실패했다”며 중립적 거국내각 구성에 대한 모든 정당의 지지를 호소한 뒤, 거국내각을 구성할 인물은 의회 구성원들의 존경을 받을 명망 높은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를 호출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드라기를 총리에 앉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두 사람의 만남은 내일(3일) 낮 12시 대통령관저인 로마 퀴리날레궁에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드라기는 이탈리아 정국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소방수 하마평에 매번 이름을 올려 왔던 인물이다. 그가 주목받은 건 8년간 유럽연합(EU) 통화정책을 책임졌던 화려한 경력 때문이다. 일각에선 ‘생동하는 이탈리아’가 지난달 13일 연정 붕괴의 신호탄을 쐈던 배경에 ‘드라기 카드’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재무부 고위직·중앙은행 총재를 거쳐 세계은행 이사·골드만삭스 부회장을 지냈다. 2012년 ECB 총재 당시 불어닥친 남유럽 재정위기 땐 투자자들을 향해 “유로를 지키기 위해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 나를 믿어 달라”는 명연설로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끝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회원국)을 소생시킨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 ECB의 양적완화 정책도 드라기의 작품이다. 8년 임기를 마치고 2019년 10월 물러나 야인이 된 상태다.

다만, 반체제정당으로 엘리트 경제관료에 대해 거부감을 피력해온 ‘오성운동’의 반대 가능성, 여기에 우파정당 ‘이탈리아의 형제’가 “국민이 투표를 통해 운명의 주인을 선택해야 한다”며 조기 총선을 대안으로 밀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드라기 카드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최종 선택지인 조기 총선이 현실화할 경우 현 여론구도를 고려할 때 극우정당 ‘동맹’이 주도하는 우파연합의 승리가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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