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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김형욱 기자] `화요일 밤의 대학살(Tuesday Night Massacr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본인을 포함한 러시아 유착 의혹을 조사하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갑작스레 해임하면서 미국 정가에 거대한 파문이 일고 있다.
임기 6년 남은 코미 국장 경질…트럼프 탄핵설까지
임기를 6년이나 남겨놓은 코미 국장도 자신의 해고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았을 정도로 전격적인 해임이었다. 코미 국장은 더욱이 지난해 11월 대선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이던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발표해 트럼프 당선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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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진화 나섰지만…해임직후 러 외무장관 면담 논란
트럼프 대통령도 비난 여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트럼프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코미 국장은 일을 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 조사 땐 코미 국장을 비난하더니 이제 와서 변호하려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한 현지 정가·언론의 반응은 차갑다. 대부분은 코미 국장이 현 정부와 러시아 유착 수사를 확대하려 한 것이 트럼프의 뇌관을 건드렸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은 코미 국장이 해임 전 현 정부와 러시아 유착 의혹 수사를 위한 인력·예산 강화를 추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탄핵설까지 솔솔…국정지지도도 취임후 최저치
현지 언론은 이번 사태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지난 1973년 자신이 연루된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하던 특별검사를 해임한 `토요일 밤의 대학살`로 빗대 `화요일 밤의 대학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결국 해임 역풍에 못이겨 탄핵 직전 하야해야 했다.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설까지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코미 국장의 해임으로 FBI 차원에서의 트럼프-러시아 유착설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미 대선 당시 트럼프의 경쟁자이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장관 시절 비밀 이메일이 대거 공개되며 큰 타격을 입었고 그 배후에 러시아, 그리고 친(親)러 성향의 트럼프가 있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이 의혹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나온다면 임기내 탄핵도 단순히 가능성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아일랜드 도박사이트 `패디 파워(Paddy Power)`에서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탄핵 배팅 배당률은 코미 국장의 해임 후 이전 2/1(2배)에서 4/6(약 0.67배)로 재설정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배당률이 낮아졌다는 건 그만큼 확률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같은 날 미 퀴니피악대학교 여론조사팀의 트럼프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36%로 지난달 중순 40%에서 다시 30%대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