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명감” 이재명 습격범 ‘변명문’, 난해한 문장 가득

  • 등록 2024-01-04 오후 11:57:11

    수정 2024-01-04 오후 11:57:11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김모씨(67)씨가 미리 준비한 ‘변명문’에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범행 당시 이 변명문을 미리 출력해 소지하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 김모씨. (사진=연합뉴스)
4일 관련 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 부산 가덕도를 방문한 이 대표에 접근해 흉기를 휘두른 김씨는 8쪽에 달하는 변명문에 여러 차례 ‘역사’를 언급하며 자신의 신념을 담았다. 이 변명문에는 구체적인 범행 동기보다 현학적이고 난해한 문장들이 나열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씨는 ‘이 대표를 왜 공격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에 제출한 8쪽짜리 변명문을 참고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경찰 수사 결과 김씨는 사전에 이 대표의 일정을 파악하고 그를 따라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 1일 이 대표의 봉하마을 참배 현장 등에서도 김씨의 모습이 언론과 유튜브 등 영상에 포착된 바 있다. 그는 이 대표를 찌른 흉기는 지난해 중순쯤 온라인에서 구매했다고 진술했다. 이 대표의 흉기 피습을 계획한 정황이다.

범죄 전문가들은 김씨가 전형적인 ‘확신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는 연합뉴스에 “증오범죄는 스릴 추구형, 반영형, ‘사명형’ 3가지로 나뉘는데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대부분 사명형”이라며 “이는 사상범이나 확신범으로 불리는 것처럼 자기의 행위가 잘못된다는 인식 없이 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총선 예비후보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지난 2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단순히 묻지마 테러가 아닌 계획 목적의 테러로 보인다”며 “유명한 분들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고 거기에 몰두해 이와 같은 행위를 계획한다. 중증 정신질환이면 이런 계획적인 행위를 하기 어렵지만, 편집증적인 사고가 굉장히 진행 중에 있는 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부산지법 성기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행 내용과 범행의 위험성, 중대성 등 사정을 고려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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