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불주사' 왜 없어졌나 했더니…비싼제품 팔려고 절판

공정위, BCG백신 독점사업자 한국백신 檢고발
한국백신, 주사용 백신 줄여 도장형 주사 늘려
경피용 백신 판매하는 가족회사 밀어주기
  • 등록 2019-05-16 오후 12:01:55

    수정 2019-05-16 오후 2:10:52

백신사업자 연구원이 백신개발에 필요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해당건과 무관.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지난 2017년 신생아 중증 결핵을 예방하기 위한 피내용(BCG) 백신이 사라진 원인에는 백신 독점수입업체의 출고량 조절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BCG백신을 독점하는 업체가 고가의 경피용(도장형) 백신을 팔기 위해 의도적으로 피내용 백신 출고량을 줄였던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BCG백신을 독점 수입·판매하고 있던 한국백신(한국백신판매, 한국백신상사 포함)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아울러 한국백신과 관련 임원 2인(최덕호 대표이사, 하성배 RA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가 백신 독점사업자의 출고조절행위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CG백신은 영·유아 및 소아의 결핵 예방을 위한 백신으로 접종방법에 따라 피내용 백신과 경피용 백신으로 분류된다. 시장 점유율은 4:6정도로,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피내용 백신은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그간 피내용 BCG백신은 엑세스파마가, 경피용 백신은 한국백신이 주로 제조업체로부터 독점판매계약을 통해 수입해 판매해 왔다. 엑세스파마는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SSI)사가 제조한 백신을 판매했는데 2015년 3월 SSI가 백신부문 민영화 과정에서 생산을 중단하자 수입을 하지 않았다. 이에 2016년 3월 한국백신은 일본 백신제조업체 JBL사의 피내용 BCG백신을 계약해 사실상 독점 공급했다.

문제는 한국백신이 피내용 BCG백신을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이면서 발생했다. JBL사와 상당량의 피내용 BCG백신 계약을 주문해놓고, 기존에 판매하던 경피용 BCG 백신 판매량이 줄자 의도적으로 피내용 BCG백신 주문을 줄였다. 2016년 9월 이후 주문량을 축소한 뒤, 2017년에는 피내용 BCG를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문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았고, 취소여부에 대해서도 통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내용 BCG백신이 동나자 결국 질병관리본부는 고가의 경피용 BCG백신을 무료로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2017년 10월16일부터 2018년 6월15일까지 경피용 BCG백신을 무료로 공급하면서 140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

반면 한국백신은 독점적 이익을 얻었다. 같은 기간 동안 한국백신은 월평균 7억6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직전 월 매출액 대비 63.2%가 늘어난 금액이다.

한국백신, 한국백신판매, 한국백신상사는 하창화 한국백신 회장이 본인과 가족(배우자와 하들 하성배)이 100% 지배하는 회사다. 한국백신은 피내용 BCG, 한국백신판매는 경피용 BCG를 판매했고, 한국백신상사는 피내용 및 경피용 BCG를 수입해왔다. 가곡 회사끼리 독점사업자 이익을 누리기 위해 이같은 시장 독점 남용 구조를 짜왔던 셈이다.

공정위는 다만 피내용백신 판매량이 없기 때문에 관련 매출액을 산정할 수 없어 정액 과징금 최대치에 근접한 9억9000만원만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백신 독점사업자의 출고량 조절로 신생아 보호자들은 경피용 백신만 선택할 수밖에 없어 선택권이 제한됐다”면서 “국민 건강 및 생명과 관련된 제약사업자들의 법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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