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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강경론자인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신임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건 ‘힘의 우위’에서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성 중의 강성’인 폼페이오의 기용은 북한에 비핵화 문제에 ‘양보는 없다’는 강경한 시그널을 보내는 동시에 그 어떤 요행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경고’를 띠고 있다는 게 미국 내 대북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북·미 정상회담 파탄 시 ‘군사행동’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국무장관 교체 과정에서 드러난 트럼프의 시각은 명료하다. 코드가 맞지 않는 ‘비둘기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으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이번 남북,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도 폼페이오는 카운터파트인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을 통해 물밑에서 상황을 꿰뚫고 있었던 반면 틸러슨은 전면 배제됐었다. 그간 북한과 비공식대화를 이어온 수전 디마지오 뉴 아메리카재단 국장 겸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는 강경한 폼페이오가 틸러슨에 비해 자신을 더 잘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섣부른 북·미 정상회담 추진으로 불거진 공화당 내 우려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당장 공화당 소속으로 사실상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 자리를 예약해 놓은 제임스 리시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폼페이오는) 입증된 미국 안보 이익의 보호자”라고 치켜세웠다. 자칫 ‘비핵화’ 전선을 흐릴 수 있는 중국 등 국제사회를 겨냥한 다목적 포석으로도 읽힌다. 실제 중국 정부는 자체적으로 틸러슨을 ‘친중 성향’으로 분류해왔던 만큼 그간 비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폼페이오의 등장에 떨떠름한 모양새다.
하지만 백악관의 인사 교체가 너무 많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약 1년 2개월 동안 백악관을 떠난 참모진은 틸러슨을 포함해 고위급에서만 20명에 달했다. 특히 올 들어 지난 달까지 10명의 핵심 인사가 자리를 내놨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다. 그는 지난 3일 언론인 단체가 주최한 만찬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백악관을 떠나고 있지만, 진짜 흥분되고 고무적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생각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뒤집는 게 좋다. 혼란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