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전쟁vs서울의봄' 영화의 정치학…표심 잡기 나선 여야

4·10 총선 앞두고 정치 소재 영화 열풍
여야, 영화 관람 독려하며 지지층 결집 노려
영화 흥행 시 선거 결과에도 일정 영향
"작품 영향력에 따라 정치적 반향 다를 것"
  • 등록 2024-02-14 오후 5:47:10

    수정 2024-02-14 오후 7:15:39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난데없이 영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연말 민주당 의원들이 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봄’ 관람을 지지층에 독려한 데 이어, 최근 국민의힘에선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을 조명한 ‘건국전쟁’을 화두로 꺼냈다. 초접전이 예상되는 22대 총선에서 여야가 지지층을 규합하기 위해 영화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 앞두고 정치영화 돌풍…영화관 찾는 국회의원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건국전쟁이 이날 기준 개봉 14일 만에 38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국민의힘 측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관람 인증을 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건국전쟁을 관람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모든 것이 미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중요한 시대적 결단이 있었고, 그 결단에 대해 충분히 곱씹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원내부대표단인 이인선, 정경희, 백종헌 의원 등이 영화를 관람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과 12·12 사태를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이 연이어 흥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의원은 건국전쟁 관람 후 총선과 직접 연관 지어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4월 총선은 제2의 건국전쟁”이라며 “반드시 자유 우파가 승리해서 건국,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로 이어진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국전쟁이 신드롬 일으킬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이승만 복권 운동’이라며 서둘러 진압에 나섰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싸늘한 설 민심에 국정 운영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는 못할망정 난데없는 이승만 복권 운동으로 또다시 대한민국을 이념전쟁에 밀어 넣고 있다”며 “총선 승리가 아무리 급하다 해도 국민을 버리고 도망친 대통령, 국민의 손에 쫓겨난 대통령을 내세워 국민을 편 가르고 있다니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정치 소재 영화를 두고 양당이 공수 태세를 바꿨다. 전두환·노태우 신군부 세력의 12·12 군사 반란을 그린 영화 서울의봄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등은 윤석열 정부를 영화 속 군부독재에 견줘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여당 측에선 이에 반발하며 설전을 이어갔다.

정치권에서 부는 스크린 마케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보수 정당에선 산업화나 애국심을 자극하는 영화인 국제시장(2014년 개봉), 인천상륙작전(2016년) 등을 주목했다. 진보 정당에선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변호인(2013년), 택시운전사(2017년), 1987(2017년) 등의 영화를 활용해 선전에 나섰다.

영화 흥행하면 총선도 승리?…역대 선거 결과 봤더니

최근 여야가 모두 정치 소재 영화 관람을 인증하며 앞다퉈 메시지를 제시하는 건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접전 예상되는 가운데, 지지 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영화를 이용하는 셈이다.

실제 정치적 소재를 다룬 영화가 개봉한 뒤 근접한 시점에 치른 선거 결과를 분석한 결과, 표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6월에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시도지사 17석 중 14석을, 구·시·군의장 선거 226석에서 151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는데, 이를 거슬러 올라가면 5개월 전인 2018년 1월에 영화 1987이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로 부상한 바 있다.

또 지난 2015년 2월에는 국제시장이 1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돌풍을 일으켰는데, 2개월 뒤에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국회의원 의석 4석 중 3석을 가지며 우위를 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특정 정치적 지지층을 겨냥한 영화가 흥행한다고 반드시 선거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지난 2014년 2월에 영화 변호인이 1100만 관객을 모으고, 4개월 후에 치러진 6회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이 큰 힘을 쓰지 못했다. 시도지사 17석 중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 9석, 새누리당이 8석을 가지며 비등한 결과를 나타냈다. 구·시·군의장 선거에선 새누리당이 117석을 차지해 새정치민주연합(80석) 대비 우위를 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특정 지지층을 겨냥한 작품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재근 사회문화평론가는 “현대 정치사는 큰 의미가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치적 소재를 다룬 영화 역시 대중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정치적 대립이 심화하면서 열광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이 나올 경우에는 정치적인 반향이 기대보다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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