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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xx님이 전화번호로 친구 추가했습니다.” “oo님이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 15일 오후 3시 30분쯤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적잖은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의 경쟁 메신저 서비스인 ‘네이버 라인’이나 ‘텔레그램’을 새로 깔았다. 카카오톡 장애 복구가 너무 늦어지자 부랴부랴 대안 서비스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한 이용자는 “카카오톡이 한참 동안 먹통이 되니 지인과 연락이 불편하더라”며 “그동안 카카오톡에 너무 의존해온 것 같아 이번 기회에 메신저를 다변화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창사 이래 최장 시간 지속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로 ‘카카오 제국’이 흔들리고 있다. 카카오톡은 물론 카카오T(택시),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서비스의 대안을 찾는 ‘카카오 엑소더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양대 앱 장터인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를 싹 바뀌었다. 이날 오전 8시 45분 기준 라인은 두 마켓에서 1위에 올랐고, 카카오T의 경쟁 앱 ‘우티’ ‘타다’ 등도 상위권에 올랐다. 같은 날 라인은 작정한 듯 ‘베스트 스티커’ 10종까지 무료로 공개하며 이용자 모으기에 나섰다.
‘미우나 고우나 카카오톡’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지만, 이번 사태의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카카오톡이 많은 카카오 내외부 서비스의 ‘관문’ 역할을 하는 데다 장애 범위가 워낙 큰 사고였기 때문이다. 전환 비용이 커서 당장 이탈하는 조짐은 크지 않지만, 기업 고객도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만 해도 재해복구(DR) 등 예상보다 취약한 대응 모습을 보여준 카카오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주저할 수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는 카카오 먹통 사태를 들여다보겠다며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최태원 SK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함께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렀다. 입법 대책도 마련 중이다. 변재일 의원과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막겠다며 ‘데이터센터 재난관리법’을 발의했다. 내우외환에 빠진 카카오의 주가는 17일 장중 9% 넘게 하락하며 신저가(4만6500원)를 기록했다. 종가(4만8350원) 기준 시가총액은 21조5313억원으로 떨어졌다. 한때 시총 3위에 올랐던 카카오는 10위권 밖(13위)으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