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 규제를 놓고 지도부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정(韓正) 부총리와 후춘화(胡春華) 부총리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택도농건설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부총리는 모두 4명이다.
| 중국에서 가장 부동산이 비싼 도시 중 하나인 선전의 고층 빌딩. 사진=신정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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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부총리 측은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중국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려는 지방 정부들을 지지하고 있다.
류 부총리 측의 한 소식통은 “부동산 산업의 약세가 지속되면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금융권 전체가 침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정과 후춘화 부총리의 입장을 지지하는 관리들은 “중국 부동산 산업이 국유 은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두려움은 과장된 것”이라며 “건전한 은행이 곤경에 처한 은행을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속에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2020년 말 ‘3대 마지노선’ 정책을 꺼내고 부동산 거물들의 자금을 묶었다. 이에 헝다(恒大·에버그란데)를 비롯해 많은 부동산개발 업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수요도 크게 줄었다.
| 중국의 부총리. 왼쪽부터 한정, 쑨춘란, 후춘화, 류허. 사진=바이두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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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정부는 올해들어 다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자칫하면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라 그 강도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 중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산당 지도부 내 대립은 부동산 규제와 강력한 제로코로나 정책 등으로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경제 성장을 이끌어야하는 중국의 고민을 보여준다고 FT는 평가했다.
한편 도시 봉쇄 등 여파로 지난 3월 중국 부동산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국가통계국의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중국의 신규주택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시작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중국의 3월 부동산 개발 투자는 2.4%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