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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이후 사용할 새 업무공간으로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가 유력한 가운데 집무실 이전에 따른 우려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전 일정이 촉박한데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이어지는 와중 안보 부처 이동으로 군사대비태세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1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군 당국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국방부 본청 건물을 사용하고 국방부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합동참모본부는 서울 관악구 수도방위사령부로 이전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약 500억원 비용이 든다고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외교부가 입주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옮길 때 드는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계획상으론 국방부가 현재 사용 중인 1~5층 사무실을 비우면 집무실 배치 등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윤 당선인이 5월 대통령 취임과 함께 입주하는 것으로 돼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부속실은 국방부 본관 2층 장관실 및 차관실이 유력하다. 기존 국방부 장관실은 본관 옆 합참 건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소속 일부 실·국과 예하 부대는 정부과천청사로 이전이 검토되고 있다.
앞서 대선 기간 중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인수위는 그간 집무실 이전 후보지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1순위로 검토했으나, 경호·보안·비용 등 문제를 고려해 용산 국방부 청사를 가장 유력하게 꼽았다.
실제로 당선인 측은 미군기지를 신속히 공원화한 뒤 이를 집무실 일대와 연결해 미국 백악관식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인수위 측은 당선인 재가를 거쳐 최종 검토 결과를 이번 주말쯤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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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안보 정세가 엄중한 시기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로 옮기는 데 따른 부작용도 클 것이란 우려도 많다. 국방부 청사에 구비된 지하벙커와 북한 위협에 대비한 통신ㆍ위기관리시스템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게 들기 때문이다.
여석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용산은 지난 70년간 수십조 원의 세금이 투입돼 국방시스템을 갖춘 허브”라며 “최소한의 시간과 공간이 보장되지 않고 이전할 경우 안보 공백과 국방자산 매몰로 귀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의원도 “국방부가 과천청사에 들어서면 경비가 강화되고 방호 시설 공사를 다시 해야 해 수 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청사가 있는 삼각지 인근은 출퇴근길 상습 정체 지역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할 경우 시민 불편이 커질 수도 있다. 삼각지와 용산역 인근에는 고층 빌딩이 많아 대통령 집무실이 저격 등 위협에 노출될 수도 있고, 도·감청 위험도 있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해야 하는 국방부와 합참이 이전 문제로 어수선해지면 군 대비태세에 허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서면 기자회견문을 통해 “취임 두 달여를 남겨놓고 급박하게 청와대 이전을 결정하고 추진하겠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국방부 청사 내에 청와대 집무실을 두게 되면 많은 부작용과 불필요한 혼란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