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2조 거물 `삼성바이오`, 11일 거래 재개(종합)

거래소, 기심위 열고 `상장 유지` 결정
"경영투명성 미흡하지만 기업 계속성, 재무안정성 괜찮아"
상장 당시엔 `자본잠식`..투자자 기만에 대해선 `제재 없어`
  • 등록 2018-12-10 오후 7:38:24

    수정 2018-12-10 오후 8:11:03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거래가 정지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성바이오)가 11일부터 주식 거래가 재개된다. 거래가 정지된지 한 달 여만이다. 한국거래소가 삼성바이오에 대해 ‘상장 유지’ 결정을 내렸다.

다만 회계처리를 정정할 경우 2016년 11월 상장 당시 직전 회계연도(2015년)가 자본잠식에 빠져 코스피 상장 요건에 미달하게 된다. 회계처리를 정정했더니 상장 요건에 미달된 사례가 지금까지 없었단 점에서 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로 상장 심사를 진행하는 한국거래소 뿐만 아니라 투자자를 기만한 행위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이런 부분에 대해선 아무런 패널티 없이 ‘상장 유지 및 거래 재개’ 등이 이뤄진단 점에선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단 지적이다.

“2016년부턴 자본잠식 해소”…계속 사업성 등 높아

한국거래소는 10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삼성바이오에 대해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 기업심사위원회에선 기업의 계속성, 경영투명성, 재무건전성, 공익실현,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유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등을 결정한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에 대해 “경영 투명성과 관련 일부 미흡한 점이 있지만 기업 계속성, 재무안정성 등을 고려해 상장을 유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바이오는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감사 기능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선계획을 제출했다”며 “경영투명성 개선계획 이행 여부에 대해 향후 3년간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가 2015년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평가를 변경한 것을 고의적 회계처리 위반으로 보고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내렸다. 회계처리 위반액이 4조5000억원으로 자기자본(3조7000억원)의 2.5%(자산총액 2조원 이상)를 넘는데다 검찰 고발 조치까지 이뤄지면서 삼성바이오는 즉각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돼 11월 15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거래소는 같은 달 30일 삼성바이오를 기업심사위원회에 회부해 논의키로 했고 이에 따라 10일 회의가 열린 것이다.

증선위의 명령대로 회계처리를 정정해도 2016년부턴 자본잠식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재무건전성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3공장 완공으로 인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가능할 것으로 보여 영업 지속성도 상장 당시보단 높아진 편이다. 삼성바이오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비중은 15.7% 정도로 추정돼 그 비중이 높진 않지만 시가총액이 22조1300억원으로 시총 상위 7위에 해당하는 만큼 투자자 보호 필요성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바이오가 증선위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분식회계 결론 및 제재 조치가 억울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이지만 이는 상장 유지 및 거래재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계처리 정정했더니 상장 요건 미달’…아무런 제재 없어

다만 삼성바이오가 코스피에 상장할 당시에 투자자를 기만한 행위에 대해선 별도의 제재가 없단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를 정정할 경우 삼성바이오 상장 직전 해인 2015년에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 2015년말 자기자본이 2조8000억원에서 2300억원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되는 꼴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련 종속기업투자이익 4조5000억원이 사라지는 대신 에피스를 함께 세운 미국 바이오젠에 지급해야 할 콜옵션이 수 조 원대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로 잡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바이오젠이 올해 콜옵션을 행사해 지난달 말 75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단 점 등에선 올해말엔 재무건전성이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삼성바이오가 상장할 2016년 11월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도 자본잠식 기업은 코스피에 입성할 수 없게 돼 있단 점이다. 삼성바이오는 거래소가 적자 기업도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게 2015년 11월 상장규정을 개정,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이면서 자기자본이 2000억원 이상인 회사도 상장할 수 있게 하면서 코스피 시장에 진입했다. 증선위의 결정대로 회계처리가 이뤄졌다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상장 자체가 불가능했단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삼성바이오처럼 분식회계를 통해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이후 시가총액이 커지고 투자자들이 많아질 경우 투자자 보호 등을 명목으로 상장이 유지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단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거래소는 유가증권 상장규정 제48조2항3호 ‘상장 또는 상장폐지 심사 과정에서 제출한 서류에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중요한 사항이 거짓으로 적혀있거나 빠져있는 사실이 발견된 경우’에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러한 투자자 기만 행위 자체에 대해선 거래소 내 별도 제재 규정이 없다. 상장실질심사시 고려 대상도 아니다.

유가증권 상장규정 제48조2항3호를 이유로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된 사례는 2012년 4월 중국원양자원 밖에 없다. 중국원양자원은 2009년 5월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 등에 실질 최대주주를 거짓으로 기재해 금융위원회로부터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나 거래소는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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