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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무역협회·KOTRA·재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미국이 고수해온 친(親) 자유무역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철강, 섬유,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향후 수출 전망이 어두워졌다.
벌써부터 철강업계는 초조한 표정이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힐러리 클린턴보다 4배 이상 많은 공공인프라 투자를 내세워 철강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미국산 제품 이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 규정을 강화해 미국기업 위주의 특혜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 철강업계가 중국 등에서 생산된 저가 철강이 자국 산업을 압박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외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제소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등 국내 기업들은 통상 관련 조직을 올해 하반기부터 강화하거나, 철강보호무역주의 변화에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트럼프는 힐러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련해 긴장한 모습이다. 트럼프는 FTA를 통해 해외로 유출된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FTA에 대한 전면 재검토 가능성은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전자업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트럼프가 내세웠던 FTA 재검토 공약이 실제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공장이 없는 회사에 불이익을 주거나 관세를 올리는 등 정책이 시행되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실제 공약이 실행되는데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트럼프 당선으로 향후 유가하락, 환율 상승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하락은 원료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매출이 축소될 수 있다. 또한 원화가 약세를 띄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중국을 상대로 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으로 인해 중국도 자국우선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미국의 수입규제를 억제시키는데 있어 정부의 역할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 유관기관과 우리 기업이 철저히 대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기업이 합심해 신속한 대응 체계 마련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