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 임시선별검사소를 찾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을 피해 차 안에서 편하게 대기할 수 있고, 대기자와 접촉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에 서울 곳곳에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검사소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어느 시간에 가도 1시간 이상은 대기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람이 몰리다 보니 의료진과 파견 직원들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방역 최일선에서 가중된 업무는 물론 매연과 불볕더위에 맞서 ‘삼중고’를 겪고 있어 진료소 확대 등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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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10시경 서울 서초구 심산기념문화센터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임시선별검사소. 코로나19 확산세가 연일 심각한 가운데, 차에서 내리지 않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전해지자 이른 오전부터 서울 곳곳에서 몰려든 차량들로 길게 줄이 늘어섰다.
검사소 입구부터 쭉 늘어진 대기행렬은 사평대로 큰 길가까지 약 400m가량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서 있는 차량 대수만 어림잡아 계산해봐도 70여대가 훌쩍 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최고기온은 36도. 야외활동이나 외출을 자제해야 할 정도의 폭염이지만 시민들은 차 안에서 비교적 편안히 검사를 기다릴 수 있었다.
동작구 흑석동에서 왔다는 김모(38·남)씨는 “어제 퇴근길에 검사를 받으려고 줄을 서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포기하고 오늘 연차를 내서 왔다”면서 “막상 와 보니 오픈 9시 전부터 대기하는 차량도 많았다. 1시간은 넘게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임산부 한모(32·여)씨는 “임산부다보니 코로나 감염에 더 신경쓰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일반 진료소는 오랜시간 서서 기다릴 수 밖에 없어서 거리는 멀지만 드라이브 스루를 찾아 오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단위로 진료소를 찾는 차량도 눈에 띄었다. 서초구 시민 정모(43·남)씨는 “어머님과 아이를 데리고 네 식구가 시간을 맞춰 한꺼번에 검사를 받으러 왔다”면서 “노약자와 어린이를 위해선 드라이브 스루가 확실히 좋지만, 대기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 당황했다.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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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서 비교적 편안히 대기하는 검사자들과 달리 의료진과 파견 직원들은 열악한 야외환경 속에서 그야말로 ‘사투’를 펼치고 있었다. 열을 내뿜는 차량 수백대를 맞이하면서 고작 몇 대의 야외용 냉풍기로 폭염을 견뎠다. 폭염 속 방역복을 입고 진료를 하다 탈수 증세가 나타나진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검사소 근무자들은 고강도 업무로 인한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반포동 주민센터 소속 한 파견 직원은 “진료소를 급하게 설치하다보니 근무환경이 열악할 뿐더러 더위는 물론 차량 매연까지 계속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의료진 8명으로 근무를 돌리고 있지만 인력은 항상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차량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료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시민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근무하는 입장에서 감염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한편 서울시는 드라이브 스루 임시 선별검사소를 최대한 확대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25개구 구청장들과 화상 회의를 통해 “서울시는 차가 드나들 수 있는 통로와 검사소 공간만 확보되면 (드라이브 스루 임시선별검사소가) 적극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구청장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