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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A-ALCL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ALCL)의 한 종류로 일종의 혈액암이다. 림프종은 림프구들이 모여 있는 림프절에 주로 생기지만 BIA-ALCL은 림프조직이 드문 유방에서 생긴다. ‘BIA’는 ‘유방 보형물과 관련된’이라는 뜻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보형물과 주변 조직이 지속적으로 마찰하면서 생기는 염증반응이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보형물을 넣으면 자연적인 면역반응으로 막이 만들어져 보형물을 감싼다. 상처를 보호하는 일종의 딱지다. 보형물의 거친 표면이 이 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상처가 아물지 않고 염증이 지속되는데 이게 BIA-ALCL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올해 7월 6일 현재 전 세계에서 573건의 BIA-ALCL이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이 보형물 삽입수술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많은 것은 아니다. 1년에 100만 명당 0.35~1명 수준으로 발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FDA는 573건 중 글로벌 기업인 엘러간의 독자적인 표면처리 기법인 ‘바이오셀’(Biocell)이 적용된 보형물을 삽입한 경우가 481건이라고 밝혔다. 이 기법은 보형물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몸에 잘 부착할 수 있게 한다.
조사 결과, 환자들은 보형물을 이식한 뒤 평균 8년이 지나서 BIA-ALCL이 생겼다. 정규화 대림성모병원 성형외과 과장은 “다른 회사들도 거친 표면 제품을 만들지만 유독 엘러간의 제품만 문제로 꼽힌다”며 “현미경으로 보면 엘러간 제품이 경쟁품보다 돌기가 뾰족하다”고 말했다.
노복균 대한성형외과학회 홍보이사(에스원 성형외과 원장)는 “BIA-ALCL은 보형물 주변에서 생기기 때문에 이상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FDA는 물이 고이거나 덩어리가 만져지면 진료를 받으라고 권고한다.
BIA-ALCL의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보형물 제거다. 이때 보형물을 감싸고 있는 막도 함께 제거한다. 암이 그 막에 갇혀 있는 형태(1기)라면 치료효과가 좋다. 엄기성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이는 암이 밖으로 번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막과 보형물만 제거하면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술로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다면 남은 조직에 방사선 치료를 한다. 암이 다른 장기로 퍼졌다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연구결과가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병원 연구팀이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것인데, 그동안 발표된 BIA-ALCL과 관련한 연구결과 304건을 종합분석했다. 여기에는 BIA-ALCL 환자 95명의 자료가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환자 83명 중 55명(66%)은 장액종 단계에서, 7명(8%)은 종괴 단계에서 병원을 찾았다. 70% 이상을 초기에 발견한 것이다. 또 치료 기록이 있는 환자 74명의 자료를 보면 62명(84%)이 보형물 및 막 절제술로 1차 치료를 끝냈다. 그후 항암치료는 45명(61%), 방사선치료는 22명(30%)이 받았다. 환자 병기가 기록된 67명 자료에서는 46명(69%)이 1기였고 림프선에 전이가 된 2기부터 다른 장기로 퍼진 4기까지 환자는 21명(32%)이었다. 연구진은 “BIA-ALCL의 전체 생존율이나 무진행 생존기간 등 장기 결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사례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영국유방수술학회는 BIA-ALCL의 5년 생존율을 89%라고 발표했다. 이는 모든 병기의 환자들을 모두 고려한 수치로 1기로 한정하면 생존율은 더 높아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비 보상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한 상태”라며 “유방보형물 삽입수술을 받은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연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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